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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압도적 1인은 없을지 몰라도. 돌아가면서 터진다. 두산 베어스가 지금 가지고 있는 힘이 있다면 바로 '잇몸 야구'다.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2경기 연속 선발 아닌 불펜으로 핵심 역할을 해낸 최원준이 승리 발판을 마련했고,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홍건희와 김민규가 감독의 예상을 깨고 자신들의 가을야구 데뷔 무대에서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최원준, 홍건희가 부진하자 박치국, 이승진 그리고 김강률이 나타났다. 김태형 감독은 "솔직히 지금 김강률은 감독의 믿는 카드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부상 회복 이후 올해 정규 시즌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과 구위, 구속 등을 감안한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김강률의 반전이 시작됐다. 상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쪽은 김강률이 아니라 NC 타자들이었다. 김강률이 2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끌어주면서 최대한 많은 이닝을 벌 수 있었고, 박치국과 이승진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깔끔하게 경기를 끝냈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후 "건희가 길게 가줄 수 있지 않나 했는데 오늘도 제구력 문제가 있었다. 강률이가 중요한 역할을 너무 잘해줬다. 2~3번 연속으로 이런 투구가 나와야 하는데. 그래도 누군가가 나와서 그 역할을 해주는 게 지금 우리 선수들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믿는 선수를 확실히 밀어주는 김태형 감독의 특성상. 확실한 선발 투수 3명과 필승조 2명만 존재하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것을 희망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두산 투수진 구성상 기존의 야구와는 다른 야구를 전개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그 대체 작전이 통하고 있다. 한명의 화려한 MVP는 없어도 오늘은 내가, 내일은 네가 주인공인 야구. 숱한 경험을 쌓은 두산도 아직 해보지 못했던 경험이다.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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