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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포스트시즌에서 선발 투수가 불펜 투수로 나서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멋지게 막아내고 팀 승리의 밑거름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특히 최근 에이스 역할을 하는 외국인 투수의 경우 불펜 투입 때 재미를 보지 못한 아쉬운 기억이 제법있다.
경기전 KT 이강철 감독이 "2∼3점 리드하고 있을 때 쿠에바스를 투입할 수 있다. 동점 상황에선 안 낼 것"이라고 했지만 경기가 접전 양상이 되자 확실하게 막아내기 위해 쿠에바스를 내세운 것. 하지만 쿠에바스는 첫 타자인 대타 최주환을 몸에 맞는 공을 출루시켰고, 희생 번트 후 페르난데스를 1루수앞 땅볼로 잡아 2아웃을 잡았지만 3번 오재일에게 안타를 맞고 1,3루의 위기 상황에 처한 뒤 마무리 김재윤으로 교체됐다. 아쉽게 김재윤이 연속 안타를 맞아 쿠에바스가 보낸 2명의 주자를 모두 득점시켰다. KT가 0-2로 뒤지면서 선발 소형준의 호투가 무색하게 됐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많은 KT였기 때문에 1차전을 꼭 잡아야 한다는 이 감독의 승부수가 통하지 않았다.
외국인 선발의 포스트시즌 불펜 투입은 이전에서 실패 사례가 많았다.
역대 외국인 투수중 최초로 정규리그 통산 100승을 달성했던 더스틴 니퍼트도 불펜 투수로 나와서는 영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 2012년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서 3-0으로 앞선 8회말 구원투수로 등판한 니퍼트는 내리 4명의 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교체됐다. 니퍼트 공략에 성공한 롯데는 3-3동점을 만들었고, 연장으로 흐른 경기서 10회말 끝내기 실책으로 승리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었다. 니퍼트의 구원 악몽은 2013년에도 이어졌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서 9회말 마무리로 등판했지만 박병호에게 동점 스리런포를 맞은 것.
2015년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선발 유희관에 이어 구원투수로 나와 9회초 이현승에게 마운드를 물려줄 때까지 2⅓이닝을 4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우승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두산의 조쉬 린드블럼도 마무리로 나와 실패한적이 있었다. 2018년 한국시리즈 6차전 때 4-3으로 앞선 9회초 마무리로 등판해 2아웃까지 잡아놓고 최 정에게 동점 솔로포를 맞은 아픈 기억이 있다. 이후 동점 상황에서 연장 13회초 유희관이 한동민에게 역전 솔로포를 맞았고, 13회말 SK 김광현이 경기를 마무리해 SK에게 우승을 내줬다.
KIA 타이거즈의 외국인 투수 지크 스프루일도 2016년 LG 트윈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서 0-0이던 9회말 1사 1,2루의 위기에서 등판해 안타에 이어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LG에게 준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외국인 선발 투수는 확실한 루틴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불펜 투수로 나왔을 때 루틴이 깨지면서 자신의 피칭을 잘 하지 못하는 일이 더러 발생한다.
KT는 정규시즌 때도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불펜 투수로 투입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었다. 이 감독이 앞으로 벌어질 포스트시즌에서 다시한번 선발 투수의 불펜 투입 작전을 쓸지 궁금해진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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