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후일담]'이유찬 홈쇄도에 철렁' 두산 벤치 반응 "욕할 뻔 했어요"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0-11-05 23:11


5일 잠실야구장에서 LG와 두산의 준PO 2차전 경기가 열렸다. 9회 무사 1루에서 허경민의 번트 타구를 LG 고우석이 1루에 악송구 하는 사이에 1루주자 이유찬이 홈까지 쇄도해 세이프 되고 있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0.11.05/

2020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9회초 무사 1루, 두산 허경민의 번트때 LG 고우석의 1루 악송구를 틈타 1루주자 이유찬이 홈으로 파고들어 세이프됐다. 김재호와 기쁨을 나누는 이유찬.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11.05/

[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아니 되려면 그렇게도 되네요."

'막내' 이유찬의 담대한 플레이에 두산 베어스 벤치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이겼으니 '만사 OK'다. 해당 장면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9회초에 나왔다. 두산이 1점 앞섰지만 추격을 받고있는 상황. 반드시 추가점이 필요한 이닝이었다. 무사 1루에서 두산 허경민이 희생번트를 시도했다. 경기 후반 대수비로 투입된 2루수 구본혁이 타구를 잡았다. 넉넉한 아웃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1루수 라모스에게 던진 공이 글러브 끝에 맞고 뒤로 흐르는 악송구가 되고 말았다. 타자 허경민은 1루에서 세이프 됐고, 1루에 있던 두산 대주자 이유찬은 2루에서 3루까지 향했다.

3루를 돈 이유찬이 주춤주춤 하다가 홈까지 파고 들기를 시도했다. 무모한 시도였다. 명확한 아웃 타이밍이었고, 여차하면 홈에서 주자가 죽는 최악의 '찬물 플레이'가 될 뻔 했다. 재빨리 커버에 나선 LG는 빠르게 홈을 지키던 포수 이성우에게 공을 던졌다. 이성우는 정상 포구를 했다. 타이밍상 넉넉하게 이유찬을 아웃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이성우는 앞만 바라보고 있었고 태그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유찬의 슬라이딩은 완벽한 세이프였다. 허무한 수비 실책이 만든 실점이었고, 두산 입장에서는 죽을 뻔 하다가 살아난 득점이었다. 이 점수로 두산은 LG의 마지막 추격 의지를 꺾고 9대7 승리를 완성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사실 이유찬의 홈 쇄도는 독단적 계산이었다. 3루 주루코치가 3루에서 멈춰 세웠지만, 주춤주춤 하던 이유찬이 눈을 질끈 감고 홈으로 달렸다. 아웃이면 '역적'이 될 뻔한 상황이다. 김태형 감독은 "사실 주루 코치가 막아세웠다. 절대 뛸 상황이 아니었다. 되려면 그렇게도 되더라. 결국 이겼으니까 그게 결승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벤치에서 장면을 지켜보던 베테랑 오재원은 "욕할 뻔 했다"고 말했다. 오재원은 "욕이 입 앞까지 나왔는데 뭐. 결과가 좋으면 장땡"이라며 기뻐했다.

이 상황을 가장 행복하게 바라본 이가 있었으니. 바로 마무리 투수 이영하다. 8회에 1점 차 상황에서 LG 타자들과 어려운 승부를 벌였던 이영하는 이유찬의 득점으로 2점 차로 벌어지며 한결 여유가 생겼다. 그 덕분일까. 9회말 마지막 이닝은 라모스, 김현수를 연속 삼진 처리하며 깔끔하게 경기를 끝냈다. 이영하는 "점수가 나서 좋았다. 1점 차와 2점 차는 되게 크게 느껴진다. 어떤 플레이가 나오든 여유도 생겼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며 고마워했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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