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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승부처]'LG의 2볼넷 vs 두산의 2도루' 윌슨의 '잃어버린 3㎞'가 부른 나비효과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0-11-05 22:25


2020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4회초 LG 윌슨이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11.05/

[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145.7㎞→145,3㎞→142.2㎞'

2018년→2019년→2020년 LG 트윈스 투수 타일러 윌슨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 추이다.

올 시즌 부상 등이 겹치며 3㎞가 줄었다. 이 잃어버린 3㎞가 시리즈 향방을 갈랐다.

윌슨은 우여곡절 끝에 5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준 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로 나섰다. 부상 회복 속도로 인한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막판 극적으로 2차전 선발로 낙점됐다.

하지만 윌슨의 패스트볼 구위는 끝내 회복되지 못했다. 최고 구속 143㎞, 최저 139㎞로 시즌 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변화구 의존도가 늘었다. 총 59구 중 커브가 24구로 가장 많았다. 투심이 11구, 체인지업이 5구였다.

패스트볼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 심각한 여파를 불렀다.

지나친 코너 승부를 의식하다 2회와 4회 두 차례 선두 타자 볼넷을 허용했다.

이 볼넷이 화근이 됐다. 2회 선두 허경민을 볼넷으로 출루시켜 맞은 2사 2루에서 오재원의 선제 적시 2루타로 연결됐다.


2020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2회초 2사 2루, 두산 오재원이 1타점 2루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11.05/

타자와 주자의 노림수도 변화구에 초점이 맞춰졌다.

4회는 선두 타자 볼넷에 이어 두 차례 도루에 속절 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 역시 '잃어버린 3㎞'와 관련이 있었다.

선두 김재환을 볼넷으로 내보낸 윌슨은 후속 허경민에게 3루 땅볼을 유도했다. 2루에서 포스아웃. 1사 1루가 됐다.

하지만 1루주자 허경민은 박세혁 타석 때 초구에 2루도루를 감행했다. 변화구 타이밍(124㎞ 체인지업)을 기막히게 포착해 넉넉히 세이프. 곧바로 박세혁이 윌슨의 커브를 중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LG 최일언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근심 어린 노 코치를 윌슨은 미소로 돌려보냈다.


2020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4회초 1사 1루, 두산 박세혁 타석때 1루주자 허경민이 2루 도루를 성공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11.05/

2020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4회초 LG 윌슨이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11.05/
하지만 패스트볼을 잃어버린 윌슨의 위기는 아직 끝이 아니었다.

새로운 1루주자 박세혁이 김재호 타석 때 초구 변화구 타이밍(124㎞ 커브)에 지체 없이 2루를 훔쳤다. 역시 여유있게 세이프. 윌슨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또 한번 124㎞ 커브를 던지다 김재호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1사 1,3루에 몰렸다. 또 한번 최일언 코치가 마운드로 향했다. 이번에는 손에 공이 쥐어져 있었다.

윌슨이 내려간 LG 마운드는 신바람 난 두산 타선을 막을 수 없었다. 진해수가 마운드에 올랐지만 연투 속에 지쳐있었다. 오재원 박건우의 연속 적시타와 정수빈의 희생플라이, 페르난데스의 적시타와 오재일의 쐐기 투런포가 터지면서 추가 6실점 하고 말했다. 0-8. 초반이지만 벼랑 끝에 몰린 LG로선 멀어보이는 점수 차였다. 쫓아갔지만 너무 멀었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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