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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가을시리즈 전부터 소문이 파다했다.
두산 베어스의 가을 DNA에 대한 공포가 스멀스멀 퍼졌다.
4일 잠실구장 1차전 뚜껑을 열자 어김 없었다. 공-수-주에서 빈틈을 찾기 힘들었다.
3전2선승제로 줄어 첫 판 승부가 중요했던 준 플레이오프 1차전. 서울 라이벌 LG를 4대0으로 완파하며 미러클 두산이 가을 행군을 힘차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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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플렉센
선발 플렉센은 명불허전이었다. 선발 6이닝 동안 4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으로 LG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플렉센은 10월에만 5경기에서 4승무패 0.8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42탈삼진으로 탈삼진과 평균자책점 1위였다. 그야말로 시즌 막판 언터처블 활약을 펼친 셈.
딱 하나, 우려가 있었다. 체감 기온 영하의 추운 날씨와 가을야구 첫 경험이란 점이었다.
김태형 감독도 경기 전 "이런 경기가 처음이라 마운드에서 본인이 잘 던지려 부담감을 갖지 않고, 원래대로 던지면 좋을 것 같다. 아무래도 긴장을 안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부분을 신경쓰고는 있는데 잘 던질거라 믿는다"고 우려 섞인 기대를 했다. 하지만 기우일 뿐이었다. 6회 2사 1루에서 라모스를 삼진으로 잡으며 임무를 마친 플렉센은 거칠게 포효하며 성공적 가을야구 첫 무대를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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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가는 입장에서 상대 실수는 일종의 레버리지가 된다.
특히 단기전 처럼 투수들이 전력 피칭을 할 때는 상대 실수가 있어야 이를 바탕으로 대량 득점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두산 내·외야진은 철옹성이었다.
0-4 리드를 내준 LG가 파고들 틈이 없었다. 내냐는 강습 타구를 척척 걷어냈고, 외야는 폭넓은 수비 범위로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다보니 LG 타자들은 부지불식간 강한 타구를 날리기 위해 힘이 더 들어갔다. 잇단 유인구 승부에 방망이가 크게 헛돌았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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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최대 약점은 불펜진이었다.
단단한 선발과 화려한 타선, 안정된 수비진에 비해 뒷문 불안이 늘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묘수를 냈다.
짧아진 준 플에이오프에 10승 투수 최원준을 과감히 허리로 돌렸다. 단기전에 구위가 좋은 투수를 미들맨으로 활용해 승기를 굳히는 방법. 김 감독이 과거 단기전에 재미를 봤던 전략이었다.
플렉센이 내겨갈 때만 기다리던 LG 타선을 맞은 건 최원준이었다. 플렉센 못지 않았다. 8회 1사까지 4타자를 상대로 3개의 탈삼진. "불펜진 중 구위가 가장 좋다"는 이승진이 바통을 이어받아 두 타자를 간단히 범타 처리했다.
이영하가 9회에 올라와 1안타 무실점으로 경기를 매조지 했다.
너무나도 간단했던 불펜 릴레이. 불펜진 마저 더 이상 두산의 약점이 아님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완전체로 진화한 두산 베어스. 가을만 되면 무섭게 변하는 미러클 두산이 또 한번의 전설을 향한 첫 걸음을 산뜻하게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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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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