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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롯데 자이언츠를 둘러싼 이상기류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5강 진입 실패가 확정된 이후에도 논란의 불씨는 커지고 있다. 논란의 확대 재생산도 있지만, 스스로 이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현장-프런트 갈등 속에 롯데가 시즌 종료 후 또다시 격랑 속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롯데 프런트의 역할은 사실상 없었다. 허 감독과의 직접적인 소통이나 발언 배경에 대한 설명, 입장 없이 묵묵히 사태를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신인 드래프트 1, 2차 지명자인 김진욱 나승엽과의 계약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선 성민규 단장이 전면에 서서 기민하게 대응했다. 시즌 초부터 외부에서 지적된 현장-프런트 갈등은 막판에 접어들며 더욱 간극이 벌어진 모습이다.
허 감독의 미숙한 언론 대응은 수 차례 지적된 부분이다. 평소 자신의 야구관이나 플랜을 밝히는 데 거리낌이 없는 스타일이지만, 그 표현방식은 정제되지 않은 날것에 가까운 스타일이다. 수 차례 논란을 겪을 때마다 신중한 입장을 취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뿐이었다. 시즌 중 현장 총사령관이자 구단의 얼굴이자 입이 돼야 할 사령탑이 오해의 소지를 제공할 만한 발언을 시즌 내내 이어간 것은 '초보 딱지'만으로 용납되기 어렵다.
프런트는 이런 현장의 엇박자를 사실상 방관했다. 구단의 얼굴이자 입인 감독이 외부에서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고, 심지어 내부 갈등을 표면화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스토브리그 때 끊임없이 소통하던 모습은 시즌 개막 후 자취를 감췄다. 겉으로는 현장 지휘 권한을 가진 허 감독을 존중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만드는 현장 지휘와 감독이 외부와 소통해 내놓은 발언은 별개의 문제다. 운영-홍보 등 실무자의 노력으로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성 단장의 적극적인 역할은 없었다. 단장의 영역이 단순한 선수 계약-스카우트, 육성을 넘어 그 결실을 만드는 현장과의 소통을 통한 목표 달성이라는 점에서 바라볼 때 방관에 가까운 시즌 중의 모습은 의아하기만 하다.
이런 롯데의 모습은 KBO리그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현장-프런트 갈등이라는 게 야구계의 시선. 다른 구단도 매 시즌 현장-프런트 간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일어나지만, 롯데처럼 이렇게 갈등이 표면에 드러나 장기화된 케이스가 드물기 때문이다. 감독, 단장이 실제로 충돌하는 경우에도 물밑에서 갈등을 해소하는 게 대부분이다. 설령 갈등이 드러나더라도 이구동성으로 고개를 젓고 손을 맞잡는다.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맛본 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이 "나도 우리팀이 필요한 부분이라면 단장님과 싸우기도 하고 서로 방향에 대한 생각을 맞춰간다"고 말한 부분에 일반적인 풍경이다. 결국 올 시즌 롯데가 보여준 일련의 모습은 조직관리의 허술함을 단적으로 드러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롯데의 스토브리그 현안은 산적해 있다. FA계약이 마무리되는 이대호와의 재계약 뿐만 아니라 기존 선수, 코치진 변화를 앞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파열음이 날 것을 우려하는 시선이 크다. 허 감독을 중심으로 결집해 있는 선수, 코치진과 메스를 드는 프런트 간의 갈등이 더 심각하게 표출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허 감독은 롯데 지휘봉을 잡기 전 면접 과정에서 구단의 철학과 비전에 맞춘 팀 운영 계획을 제시해 이 자리에 올랐다. 성 단장은 허 감독 선임 후 "이번 스토브리그 최고의 영입은 허 감독"이라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불과 1년 전 자신들의 말을 곱씹어 보고, 서로 접점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롯데와 똑같이 3년 계약을 맺은 운명공동체인 이들이 서로를 외면한다면 남는 길은 공멸 뿐이다. 야구계 한 관계자는 "허 감독이나 성 단장의 눈길 모두 2년차 도약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선 추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라며 "이들이 충돌을 감수하더라도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생각을 터놓고 손을 맞잡아야 한다. 결자해지가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롯데가 지난 수 년간 여러 잡음에 휘말릴 때마다 최종 결정권을 쥔 모기업은 극약 처방을 마다하지 않았다. 유례없는 내부 갈등이 표면화된 현 상황을 이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금의 롯데를 바라보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을 수밖에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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