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탈꼴찌보다 경기력" 한화는 부끄럽지 않은 패자를 꿈꾼다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0-10-15 13:13


한화 이글스. 스포츠조선DB

[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지더라도 매경기 접전을 치르고 싶다."

그림자가 짙은 한해였다. 1년 내내 부상 악령에 시달렸다. 코로나19 등 경기 외적인 이슈에도 고통받았다. 5월말 이후 최하위에서 올라오지 못했다. 삼미 슈퍼스타즈와 비견되는 역대 최다 연패, 단일 시즌 최저 승률, 최다패의 가능성도 시즌 내내 한화를 괴롭혔다.

하지만 요즘 한화 이글스의 경기력은 '꼴찌'가 아니다. 10월 성적 6승 7패, 팀 평균자책점 6위(5.03), 팀타율 4위(0.260). 병살도 실책도 많지 않다. 시즌 100패의 악몽에서도 벗어났다. 무기력함을 벗고 끈질긴 근성을 장착했다. 박수받는 패자로 다시 태어났다.

10경기 남짓 남은 정규시즌, 탈꼴찌 싸움도 노려볼만하다. 하지만 유종의미 수확을 앞둔 최원호 한화 감독 대행은 '탈꼴찌'를 말하지 않았다. 대신 '경기력'을 강조했다. 잔여 시즌 목표는 '매경기 접전'이다.

"하위권 팀 하면 경기력 수준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 한화 사령탑이 해야할 일은 최대한 경기력을 끌어올려 타이트한 경기를 많이 치르는 것이다. 같은 기량이면 좀더 어린 선수, 더 열심히 하는 선수를 쓰고 있다. 포지션별 팀내 경쟁체제를 잘 구축해 선수들의 기량을 발전시키고, 강한 마음가짐으로 시즌을 마칠 수 있게 돕고 있다. 향후 앞날의 밑바탕이 될 경기들이다."


최원호 한화 감독 대행. 스포츠조선DB
속출하는 부상으로 만신창이가 된 라인업으로 이뤄낸 결실이다. 타선의 핵심을 이루던 김태균 하주석 정은원, 토종 선발 김범수 김진욱이 팀을 이탈한지 오래다. 올 시즌 내내 선발 마운드를 지켜주던 장시환마저 시즌아웃됐다.

외국인 선수 농사도 참담한 실패였다. 제라드 호잉은 일찌감치 짐을 쌌고, 그를 대신한 브랜든 반즈도 성공작으로 보긴 어렵다. 채드벨도 1년 내내 부상에 시달린 끝에 얼마전 고국으로 돌아갔다. 서폴드도 부침이 심했다. 지난해 같은 위압감을 보여주진 못했다.

한화는 14일 두산 베어스 전에서 1대2로 아쉽게 패했다. 상승세의 두산을 상대로 잘 싸웠지만, 7회말 김재호의 빗맞은 결승타가 통한이었다. 9회초 마지막 공격 굥도 2사 후 만루를 만들며 끈질기게 따라붙었지만, 두산 마무리 이영하를 뚫는데는 실패했다. 조용하게 관람하던 한화 팬들이 응원단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절로 응원구호를 외치며 열정을 불태울 만큼 뜨거운 경기였다.


하지만 선발 김민우는 올해 3번째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 선발 7이닝 3자책 이하)를 달성했다. 두산이 자랑하는 외국인 선발 크리스 플렉센에 밀리지 않았다. 만년 기대주에서 당당한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한 해다. 26경기에 선발등판, 132⅔이닝을 소화하며 5승10패 평균자책점 4.34를 기록했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 스포츠투아이 기준) 1.81로 토종 선수 중 13위, 팀내 1위다.

장시환 역시 커리어 최다이닝(132⅔이닝)을 소화하며 생애 최고의 해를 보냈다. 신인 강재민, 긴 무명생활을 이겨낸 윤대경을 중심으로 탄탄한 불펜진도 구축했다. 11홈런을 쏘아올린 노시환 외에도 박정현 임종찬 최인호 이도윤 등 신예 야수들 역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최원호 감독 대행의 서두르지 않고 내실을 기하는 운영이 빛을 발한 결과다. 이제 한화는 질 때 지더라도 맥없이 무너지지 않는다. 치열한 팀내 경쟁으로 쟁취한 한 타석, 등판 한 번의 소중함을 선수들 모두가 알게 됐기 때문이다. 한화의 눈은 미래를 향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스포츠조선DB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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