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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10일 대구 라이온즈파크.
9회말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마지막 타자 김동엽을 삼진으로 돌려 세운 김원중은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고 휘둘렀다. 롯데 자이언츠의 1대0 승리. 김원중은 '승리 세리머니'를 한 뒤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감회에 젖은 표정을 지었다.
경기장 바깥에서 김원중은 더 큰 상처를 받았다. 팬을 자처하는 일부 악플러들이 김원중의 SNS 계정에 몰려가 공격을 퍼부었다. 경기와 관계없는 외모, 가족 등을 들먹이며 악담을 쏟아내는 이도 있었다. 응원과 애정을 빙자한 수준이하의 인격모독과 배설이 넘쳤다. 이럼에도 김원중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지막 순간 영웅 아니면 역적인 마무리 투수의 숙명을 그도 알고 있다. 비뚤어진 팬심도 묵묵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절대 을'인 선수 신분, 한 인간으로서 감당해야 하기엔 너무나 무겁고 아픈 상처였다.
그럼에도 김원중은 흔들리지 않았다. 팀이 아슬아슬한 1점차 리드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그의 얼굴은 덤덤했다. 끝내기 만루포를 내준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자리에서 그는 세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면서 수호신 역할을 다했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손승락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빈 마무리 투수 자리를 김원중에게 맡겼다. 지난해까지 선발 투수 역할을 맡았던 그가 승패의 사선을 넘나드는 마무리 투수의 무게를 감당해낼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하지만 김원중은 군말 없이 보직 전환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마무리 전환 첫 시즌 20세이브를 넘기며 롯데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23세이브를 얻는 동안 7개의 블론세이브를 내주긴 했지만, 마무리 전환 첫 해, 다시 타고투저로 회귀한 올 시즌의 흐름을 돌아보면 성공적인 변신이다. 원년팀 롯데에서 김원중에 앞서 한 시즌 2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투수가 7명 뿐이었다는 점은 그의 올 시즌에 결코 '실패'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없는 이유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중압감과 싸우면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김원중의 행보는 오히려 칭찬받아 마땅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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