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 부분 노력하겠다"던 윌슨, 최대 위기...재계약 물건너가나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0-10-05 09:57


2020 KBO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3회말 2사 2루 LG 윌슨과 이야기를 나눈 유강남이 덕아웃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10.04/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LG 트윈스에 비상이 걸렸다.

외국인 투수 타일러 윌슨이 팔꿈치 부상을 입어 남은 시즌 출전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윌슨은 지난 4일 수원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3회 투구를 하다 갑자기 마운드를 내려갔다. 2사후 조용호와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연속안타를 내준 뒤 통역과 트레이너를 마운드로 부르더니 피칭 중단 의사를 나타냈다.

웬만하면 연습피칭을 해보고 경기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일텐데 먼저 강판 의사를 나타낸 건 상태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LG 관계자는 "우측 팔꿈치 후방 충돌 증후군에 의한 통증이다. 내일 병원 검진을 받으면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충돌증후군은 근육이나 인대가 뼈와 맞닿으면서 염증이 생기는 질환인데, 보통 어깨나 고관절에서 나타난다. 팔꿈치 충돌증후군은 이례적인 경우로 며칠 쉬면 나을 수도 있으나, 보통은 장기간 휴식을 요한다고 돼 있다. 즉 최악의 경우 윌슨이 시즌 아웃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날 윌슨의 컨디션은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직구 구속이 130㎞대 후반에 머물렀고, 제구도 주로 높은 코스에서 형성됐다. 1회말 로하스에게 우월 홈런을 맞을 때 던진 공은 138㎞짜리 몸쪽 높은 직구였다. 커브와 코너워크를 통해 이후 추가 실점을 막았지만, 언제 난타를 당할 지 모를 상황이었다. 3회 연속 안타를 맞는 과정에서 팔꿈치 통증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만일 윌슨이 로테이션에서 빠진다면 LG의 시즌 막판 레이스는 급박한 상황에 몰리게 된다. 7월 말 어깨 부상으로 빠진 차우찬에 이어 윌슨마저 이탈하면 선발 로테이션을 사실상 케이시 켈리가 도맡아 이끌어가야 한다. 차우찬은 남은 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 출전도 불투명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켈리와 임찬규, 정찬헌, 이민호를 가지고 남은 일정을 소화해야 할 수도 있다는 소리다.

더구나 LG는 오는 10일 NC 다이노스와 홈에서 더블헤더가 예정돼 있어 이번 주 로테이션을 꾸리기도 벅찬 상황이다. 부진을 이어가던 좌완 김윤식을 1군서 제외한 LG 류중일 감독은 이번 주에 2년차 좌완 남 호를 선발로 한 차례 올리겠다고 밝혔다.

윌슨은 KBO리그 3년차 투수다. 2018년 류 감독과 함께 LG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2년여 동안 에이스로 활약한 그는 모범적인 인성과 수려한 외모로도 큰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올해 예상치 못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제동이 걸렸다. 윌슨은 지난 3월 입국 후 바로 훈련을 하지 못하고 2주 자가격리를 소화하느라 시즌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직구 구속이 지난 시즌과 비교해 3~4㎞ 정도 덜 나온 상태에서 시즌을 치러나갔지만, 좀처럼 컨디션을 회복하기 어려웠다. 들쭉날쭉한 피칭을 이어가면서도 투지를 보이며 로테이션을 소화했지만 결국 팔꿈치에 이상이 왔다.

윌슨은 지난 7월 15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서 승리투수가 된 뒤 "올해 여러 상황에서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아직 최고의 컨디션은 아니지만 가까이 가고 있는 느낌"이라며 "구속 저하에 대해 정확한 설명은 어렵지만, 변명하지 않겠다. 투구폼과 신체적인 부분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 노력이 허사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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