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핫포커스]해외 진출 유망주와 드래프트픽 증발, 관련 규정 왜 안생길까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0-09-22 15:43


21일 신인 2차 드래프트장 풍경. 사진제공=KBO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지난 21일 열린 2021년도 KBO 신인 2차 드래프트 현장.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사상 처음 화상 연결로 드래프트가 진행된 가운데, 2라운드 첫번째 지명권을 쥐고있던 롯데 자이언츠가 '나승엽'을 외쳤다.

장내에 모인 관중은 없었지만, 텔레비전 생중계를 통해 진행 상황을 지켜보던 야구계 관계자들이 술렁였다. 잘 알려진대로 덕수고 3학년 내야수 나승엽은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상황이다. 당초 1차지명에서 롯데가 나승엽을 지명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가, 그의 미국 도전으로 인해 롯데는 장안고 포수 손성빈을 택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MLB)가 현지 사정상 보통 7월에 체결하던 해외 유망주와의 입단 계약을 내년 1월말로 미루면서, 고교 졸업예정자인 나승엽이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이 성립됐다.

해외 진출을 선언한 유망주들을 드래프트 대상에서 제외하는, 이른바 '나승엽법'을 외친 것도 롯데였다. 전국구 1차지명권과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통해 롯데가 그리던 가장 이상적인 계획이 일부 방향을 틀었다. 10개 구단 단장들이 모인 지난 실행위원회에서도 롯데 측이 이런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는 후일담이 나왔다.

과감 혹은 도박, 롯데의 나승엽 지명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예상대로 강릉고 김진욱을 지명한 롯데는 2라운드 첫번째 순서에서 나승엽을 뽑았다. 다행히도(?) 롯데가 우려했던 상황, 즉 타 구단이 나승엽을 1라운드에서 지명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모험 혹은 도박이다. 실제로 나승엽의 미국 도전 진출 의지는 상당히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승엽을 줄곧 지켜봐 온 A 구단 스카우트 담당자는 "미국으로 갈 확률이 지금 현재 시점에서도 90% 이상이라고 본다. 선수 본인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1월까지 설득해보겠다"며 나승엽을 지명한 롯데는 위험을 건 모험을 한 셈이다. 나승엽이 롯데의 적극적인 설득에 미국 진출 의지를 꺾고 KBO리그에서 시작한다면, 손성빈, 김진욱에 나승엽까지 한꺼번에 품는 '대박 드래프트'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상위 2라운드픽을 날리는 셈이나 다름없다. 또 대승적인 차원에서는 나승엽의 이탈로 추가 발탁될 수 있었던 101번째 선수가 지명을 받지 못했다.

해외 진출 선언 유망주는 왜 드래프트에 참가하게 될까

여기서 문제를 삼을 수 있는 요소는, 선수가 직접적으로 해외 진출 의사를 밝혔는데 드래프트 대상이 될 수 있는 규정이다. 현재 KBO 신인 드래프트는 별도의 참가 신청서를 받지 않는다. 해외파 혹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트라이아웃의 경우 신청서를 받아 테스트를 진행한 후 드래프트 대상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 대학교 재학생은 졸업예정자가 자동 대상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까지 신청서를 받지 않았던 이유는 특급 유망주들의 무분별한 해외 진출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최근에는 다소 열기가 식었지만, 몇년 전까지만 해도 MLB 구단들이 제시하는 거액의 입단 계약금으로 인해 여러 고교 유망주들이 미국 진출을 희망했었다. 현재 규정상 KBO리그 구단들은 선수들과 사전 접촉을 할 수 없다. 때문에 MLB 구단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말이 나왔고, 특급 유망주들의 잔류 설득을 위해 일단 자동 드래프트 참가 후 지명이 된 상태에서 논의를 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 장치를 만들었다.


그러나 올해처럼 계약 시기가 미뤄지는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되려 구단이 지명권을 날릴 수 있는 변수가 만들어졌다. 나승엽과 관련한 우려를 KBO 역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당장 변화를 주기는 힘들었다. 한 KBO 관계자는 "당장 올해 드래프트가 얼마 안남았는데 룰을 바꾸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 선수가 MLB 구단과 계약을 했다면 모르는데 아직 미계약 신분인만큼 해당 선수를 드래프트에서 제외할 근거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고민

나승엽 케이스는 상당히 특수한 케이스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KBO도 새로운 고민을 하고 있다. 앞으로 구단들과 더 논의를 해봐야 할 문제이지만, 내년부터는 현재의 자동 드래프트 참가가 아닌 참가 신청서를 받는 쪽으로도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KBO 관계자는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계속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가 신청서를 받을 때의 장단점을 고민해볼 문제다. 또 개인 정보 공개와 관련된 문제라 법규를 더 꼼꼼히 따져봐야겠지만, 신청서를 받을때 드래프트 전 메디컬 테스트 등과 같은 조항도 넣으면 구단으로서도 안전 장치를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의견을 냈다. 보다 구체적인 논의는 앞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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