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스토리] '어깨는 쓸수록 강해질까?' 진해수 3연투가 소환한 LG의 투수 잔혹사

최문영 기자

기사입력 2020-09-22 06:27



[스포츠조선 최문영 기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

20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패한 LG에 팬들이 분노하고 있다. 단순히 잠실 라이벌 상대에게 역전패를 당해서가 아니었다.

이날 LG 팬들을 가장 자극한건 진해수의 3일 연속 등판이었다. 이 광경은 LG팬들의 불편한 추억을 소환했다. LG는 리그를 대표하는 혹사 논란 투수들을 줄줄히 배출한 팀이다.

아파도 참으며, 한해 200이닝 정도는 던져야 에이스 소리를 듣던 박철순, 최동원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투구수 관리와 보직 분업이 자리를 잡은 2000년대 이후 LG에서 신윤호, 이동현, 이상훈, 장문석 같은 혹사 논란의 아이콘들이 쏟아졌다.


20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8회말 무사 만루 위기에 처한 진해수가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있다.
진해수는 18일 롯데전에서 0.1이닝(투구수 5개)을 던지고, 전날인 19일 두산전에서는 1.2이닝(투구 수 12개)을 소화한 상태였다.

진해수는 20일 경기에서 6회말 무사 1·2루 에서 등판해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7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그런데 8회에 또 진해수가 올라왔다. 결과적으로 진해수의 3일 연속 투구에 3이닝째 등판이 이날 경기의 패착이 되었다.


8회말 무사 만루에서 정우영과 교체되는 진해수
진해수는 8회에 곧바로 안타와 볼넷 2개를 허용했다.최주환에게 중전안타, 정수빈과 박세혁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고 만루위기를 맞았고, 39개 투구 후 마운드에서 내려 갔다. 뒤이어 마운드에 오른 정우영이 동점을 허용해 5-2 리드가 5-5 동점이 되었고, 진해수는 3자책점을 떠안았다. 이날의 패배로 리그 정상을 노리는 LG 에게 효율적인 불펜운용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그렇다면, 2000년대 이후 리그에서 '투수 혹사' 최상위권을 링크중인 LG투수들은 누가 있을까? 이 투수들의 특징은 평생 던져야 할 것을 한 두해에 다 써버리고 이후 내리막 길을 걸었다는 점과 "투수의 어깨는 쓸수록 강해진다" 는 철학을 가진 지도자를 만났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2002년 초 일본 스프링캠프에서의 신윤호
<2001년 신윤호 (26세)> 70경기 3.12 15승(14구원승) 6패 18세이브 144.1이닝

신윤호는 충암고 시절 부터 촉망받던 고졸 투수였지만 1994년 입단 한 후 좀처럼 1군 마운드에서 실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이후 방황하던 신윤호는 1996년 현역으로 군에 입대해 복무 하다 허리 부상으로 의병 제대했다. 복귀후 1998~2000시즌에도 신윤호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3시즌 동안 겨우 101.1이닝만을 뛰며 프로선수로서 힘든 시간을 보내던 신윤호에게 당시 김성근 감독대행이 손을 내밀었다. 이때부터 불펜으로 전향한 신윤호는 한 시즌 동안 무려 144.1이닝을 던지며 32세이브포인트(18세이브, 14구원승)를 올려 구원왕에 올랐다. 거기에 다승 공동 1위, 승률 1위에 올라 3관왕을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해 골든 글러브 투수부문을 수상하고 MVP부문에 경쟁에서 이승엽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신윤호는 이듬해부터 팔꿈치 부상으로 급격하게 내리막을 달렸고 이후 2008년 은퇴할 때까지 단 11승만을 거두고 LG 마운드에서 사라졌다. 2014년 테스트를 거쳐 SK에 잠시 복귀 했지만 승패 없이 2경기에 등판하고 선수 생활을 접었다.


2002년 당시 이동현
<2001년 이동현 (18세)> 33경기 5.37 4승 6패 105.2 이닝

<2002년 이동현 (19세 )>78경기 2.67 8승3패 6홀드 7세이브 124.2 이닝

2001시즌의 히트 상품 신윤호에 이어 2002시즌에는 고졸 2년 차 신인 이동현이 그 역할(?)을 이어 받았다. 2002년 이동현은 무려 78경기에 출장해 124.2이닝을 소화하며 그 해 최다 출장 기록을 세웠다. 이동현은 그 해 포스트시즌에서 진통제를 맞아가며 공을 던졌고 10경기 등판 (22.2이닝) 3승을 거두며 혹사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LG 이동현이 2019년 9월 2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로켓맨' 이동현은 LG에서만 통산 700경기에 출장해 910이닝을 던졌다.
포스트시즌까지 포함한다면 이동현이 소화한 2002년 시즌 총 이닝수는 147.1이닝으로 고졸 출신의 10대 투수가 감당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이후 2시즌 동안 이동현은 149이닝을 던졌다. 2004년 팔꿈치 부상으로 첫 수술을 받았고 2005년, 2007년 두번의 재수술을 받으면서 장장 5년의 재활을 견뎌야 했다. 기나긴 재활 기간 동안 이동현은 은퇴까지 결심했지만 마음 다잡고 재활에 매진해 2009년에야 1군 마운드에 복귀하게 된다.

이동현은 숱한 부상과 긴 공백을 겪으면서도 LG맨으로 19년을 뛰고 2019시즌을 끝으로 은퇴해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동현은 은퇴 기자회견에서 혹사 논란의 중심에 있던 김성근 감독에게 오히려 고마움을 표했고, 가장 돌아가고 싶은 시기로 2002년 시즌을 꼽았다. 다만 돌아 간다면 조금 더 몸관리에 신경 쓰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2002년 5월 17일 1군 복귀 환영 행사에서 KIA 이종범의 꽃다발을 받고 포즈를 취하는 이상훈
<2002년 이상훈 (31세)> 52경기 1.68 7승 2패 18세이브 85.2 이닝

2002시즌 당시 이동현 혹사 논란에 이목이 집중 되던 상황에서 눈에 띄지 않게 역대급 이닝을 소화한 투수가 있었으니 바로 '야생마' 이상훈이다. 이상훈이 MLB에서 친정팀으로 복귀한때가 2002시즌 중간 이었기 때문에 5월 18일에야 첫 등판을 했다. 시즌 도중 합류한 시점부터 이상훈이 정규 시즌에 소화한 이닝은 85.2이닝이다. 만약 풀시즌을 뛰었다면 110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페이스였다.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 9-6으로 앞서던 상황에서 삼성 이승엽에게 동점 3점포를 허용하고 망연 자실해 하는 LG 이상훈
이상훈은 포스트시즌에선 준플레이오프 2경기, 플레이오프 4경기, 한국시리즈 4경기에 등판했다. 이상훈은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장면 중 하나였던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 9회말. 이승엽에게 통한의 동점 3점포를 허용한다. 한국 시리즈에서만 4경기를 뛰고 이미 지칠대로 지친 이상훈을 6차전까지 내보내야만 했냐는 논란이 두고 두고 일었다. 이날 경기의 패배로 LG는 그 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002년 포스트시즌 10경기 등판 18.2이닝 투구/ 2002시즌 전체 104.1이닝)

이상훈은 이듬해 노장진, 조웅천과 구원왕 자리를 다투다가 9월중 어깨 부상으로 시즌은 마감했다. 2004년 SK로 이적한 이상훈은 극심한 부진에 빠져 시즌을 채우지 못하고 은퇴를 선택했다. deer@sportschosun.com /2020.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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