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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이기는 게 이렇게 힘들구나 싶다. 유난히 경기가 잘 풀리지 않다보니 하루하루의 승리가 더 소중하다."
하지만 19일 한화 이글스 전은 달랐다. SK는 올시즌 KBO리그 단일 경기 최다인 6홈런 26득점을 폭발시키며 2연승을 달렸다. KBO리그 역대 최다 득점(1997년 5월 4일 삼성 27점)과도 불과 1점 차이였다. 김강민은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1볼넷 5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 임한 김강민은 "야구가 정말 어렵게 느껴진다. 승리의 소중함을 유난히 많이 느끼는 시즌이다. 나를 시작으로 모처럼 다득점이 나와서 기분이 좋다"는 속내를 전했다.
무사 만루에서 앞선 두 타자가 연속 삼진을 당한 뒤 터진 홈런이라 더욱 값졌다. 하지만 김강민은 "6번 타자 많이 쳐봤는데, 1회 2아웃 만루는 타점 찬스이면서도 정말 부담되는 자리다. 나도 그래서 무사 만루에 들어가게 되면 어떻게든 점수를 내려고 애쓴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올시즌 준비 열심히 했는데, '뭐가 잘못됐지?' 싶을 만큼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굉장히 힘든 한 해다. 후배들에게 딱히 해줄 말도 없다. 지고 싶어하는 선수는 없으니까. 최정이나 채태인과 함께 더그아웃 분위기를 밝게 만드려고 노력한다. 야구는 흐름이 중요하다.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승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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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SK가 따낸 26점은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다 득점이었다. 김강민은 "종전 기록이 언제, 몇점인가"라고 물은 뒤, '2010년에 21득점이 2번 있었다'는 말에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2010년은 SK가 정규시즌 도중 16연승을 질주하는 등 압도적인 힘을 과시하며 3번째 우승을 차지한 해다.
"그때 정말 잘했었다. 어떻게 그렇게 잘했었나 싶을 정도다. 타자는 나가면 점수를 내고, 투수는 점수를 안 주니까 이길 수밖에 없지 않나. 매주 6연전을 앞두고 이번주 몇승 할까 계산하곤 했다. 어쩌다 1패 하면 다음 경기는 당연히 이기는 경기였을 정도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왔다. 전력분석팀에서 '(너무 잘해서)해줄 말이 없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그때 30승 9패였는데, 그날 졌다. 야구가 그렇게 마음대로 안되는 스포츠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10연패, 8연패를 잇따라 경험했다. 우천 취소로 인해 월요일 경기가 이어지면서 좀처럼 편하게 쉬는 날도 없다. 김강민은 "난 지금도 똑같다. 매경기 이기고 싶고, 그런 긴장감을 갖고 뛴다. '오늘은 져도 돼' 이런 경기는 없다"면서 "그때와 다른 건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해는 여러모로 안 풀리는 해인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김강민의 별명은 여전히 나이에 걸맞지 않은 '짐승'이다. 그는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김태균(한화)과 더불어 KBO리그를 이끌어온 1982년생이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불혹을 맞이한다. 하지만 여전히 리그 최고의 외야 수비력과 더불어 만만찮은 타격을 겸비한 선수다. 김강민은 "'은퇴하기 아깝다'는 말을 더 듣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아직 은퇴하기 아깝다'는 말만큼 동기부여가 되는 말이 없다. '내가 몇살이니까 이렇게 해도돼' 이런 생각도 안 한다. 전과 다름없이, 내 몸이 기억하는 대로 열심히 준비한다. 아직 은퇴는 생각하지 않는다. 매경기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드리고 싶다."
인천=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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