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집중분석]투자 없는 육성의 한계? '디펜딩 챔피언' 두산은 왜 흔들리나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0-08-18 07:01


2020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경기에서 6대1로 승리한 두산 선수단이 승리의 기쁨을 함께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7.21/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지난해 놀라운 통합 우승을 해냈던 '디펜딩 챔피언' 두산 베어스가 흔들린다. 17일 현재 4위. 올해도 유력한 우승 후보, 최소 2강 후보로 꼽혔던 두산이지만 치고 올라오는 경쟁팀들에 비해 동력이 부족하다.

2019년 두산은 기적 같은 시즌을 보냈다. 쉽지는 않았다. 2017년 준우승에 이어 2018년 정규 시즌 우승 후 한국시리즈에서 SK 와이번스에 패배. 2019년, 김태형 감독의 재계약 시점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시즌 중반까지 SK에 밀렸다. 그러다 막판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고, 연승 행진을 달린 두산은 추락하는 SK를 꺾고 마지막 경기에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키움 히어로즈를 4연승으로 꺾었다. 페르난데스, 이영하, 박세혁, 이형범, 윤명준, 김인태 등 우승을 이끈 스타들이 탄생하면서 통합우승까지 성공했다.

2019년 두산이 기대보다 잘 풀리면서 우승을 했다면, 2020년 두산은 계산에서 어긋나는 부분들이 많다. 시즌 초반 상승세를 앞세워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험난해 보인다. 키움과 2위 싸움을 하던 두산은 LG 트윈스에도 밀린 4위다. 7위 롯데 자이언츠까지 5강 사정권 내에서 치열한 싸움을 펼치고 있어 후반기 성적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구멍 난 선발진이 시작

지난해와 비교해 가장 달라진 부분을 꼽자면, 선발진이다. 작년에는 '20승 투수' 조쉬 린드블럼을 비롯해 세스 후랭코프-이영하-유희관-이용찬으로 이어지는 5인 로테이션이 가동됐다. 후랭코프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는 시기가 있었지만, 나머지 투수들이 공백을 잘 채워줬다. 특히 이영하는 17승으로 1군 입성 3년 만에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이용찬이 개막 초반 팔꿈치 수술로 이탈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라울 알칸타라와 크리스 플렉센은 좋은 능력치를 가진 투수들이지만, 지난해 린드블럼이 보여준 것을 기대하기에는 역부족. 이런 와중에 플렉센이 지난달 타구에 발을 맞아 골절 부상을 했다. 치명타였다. 두산은 5인 로테이션 중 주축 2명이 빠져나갔고, 이영하가 3승에 머물러있을 정도로 불운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선발진 계산 착오는 불펜에도 영향을 미쳤다. 박종기, 이승진 등 6선발 옵션으로 쓸 수 있는 선수들이 대체 선발로 투입됐고, 롱릴리프로 활용도가 높은 최원준이나 박치국도 선발 등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이는 불펜 과부하로 이어졌다. 트레이드로 이적해 온 홍건희가 필승조 정중앙에서 맹활약하고 있지만, 힘겹다.

성장과 주전의 딜레마


지난해 틀을 깨고 한 단계 올라섰다고 평가받은 선수들이 올해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한 점도 컸다. 작년 데뷔 후 첫 주전 포수로 최고의 1년을 보낸 포수 박세혁, 보상 선수로 이적해 마무리 투수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형범, 불펜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한 윤명준 등이 올해는 작년만큼의 임팩트가 없다. 이형범과 윤명준은 1~2군을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고, 박세혁도 최근 재조정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백업 요원인 김인태, 국해성 그리고 중고 신인 안권수까지. 기존 선수들을 위협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선수들도 낮은 출장 빈도 속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두산은 최근 허경민, 오재일, 김재호, 김재환, 박건우 등 주전 야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으로 고민을 안고 있다. 몇년째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누적된 피로가 부상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타격 자질을 보여준 포수 최용제나 이적 이후 성장세를 보여준 이승진, 불펜에서 요긴하게 활용하는 채지선 등이 활력소가 되고 있지만, 순위 싸움을 하는 팀, 더구나 지난해 우승팀 입장에서 당장 베스트 전력을 포기하고 유망주들로 라인업을 채울 수는 없다. 당장 내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기존 주전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들의 최근 컨디션이 동시에 떨어지다 보니 팀 승률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외부 영입 투자 없는 육성 야구의 한계점?

지난 몇 시즌에 걸친 전력 이탈에 대한 근원적 한계도 있다. 두산은 양의지 민병헌 김현수 등 기존 자원들이 빠져나갔을 때에도 내부 육성을 택했다. 취약 포지션에도 외부 영입 투자는 없었다. 선발 투수가 부족했을 때에는 외국인 투수들과 이용찬의 선발 전환, 이영하의 성장 등으로 자리를 채웠고, 풀타임으로 거의 10년을 뛴 포수 양의지가 이적했을 때에는 두 번째 포수를 주전으로 키웠다. 트레이드 혹은 자유계약 선수 영입 등이 유일한 전력 보강이었다.

물론 최근 외부 영입에 거액의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두산뿐 아니라 여러 구단이 비슷한 상황이지만, 올 시즌처럼 계산 외의 변수가 발생하거나 예상보다 유망주들의 성장이 더딜 경우에는 한계에 부딪히기도 한다. 문제는 올해 이후의 불확실성이다. 오재일 허경민 최주환 정수빈 김재호 유희관 등 예비 FA들이 쏟아지는 만큼 변화의 폭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올해 성적을 내야한다'는 보이지 않는 생각이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구단에도 깔려있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후반기 반등 포인트는?

후반기 기대 요소는 크지 않다. 하지만 플렉센이 건강하게 선발 로테이션에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일단 마운드 운용에는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재활과 더불어 상체 위주의 훈련, 투구 훈련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플렉센은 복귀에 대한 의지가 강력하다. 골절 부위만 완벽하게 회복하면, 실전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플렉센이 정상적으로 로테이션에 복귀한다면, 일단 대체 선발 자리가 한 자리로 줄어들기 때문에 불펜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

또 최근 뚝 떨어진 타격감이 상승 흐름을 타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몸 상태 회복이 관건이다. 휴식기 없는 시즌이 더욱 버겁게 느껴지는 가운데, 지난해처럼 막판 드라마틱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과연 두산의 올 시즌 최종 순위는 몇 위일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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