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핫이슈]강정호 복귀 결단 앞둔 히어로즈, '메인스폰서' 키움증권 속내는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0-06-24 21:41 | 최종수정 2020-06-25 07:00


◇지난 23일 기자회견 당시 강정호.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히어로즈가 강정호(33) 복귀 여부를 곧 결정한다.

강정호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KBO리그 복귀 의지를 재차 밝혔다. 앞서 강정호는 KBO 상벌위원회에서 1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제재를 받은 직후, 키움에 복귀 의사를 밝혔다. 최근 기자회견에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이제 칼자루는 강정호의 친정팀이자 임의탈퇴를 공시했던 히어로즈가 쥐게 됐다. 히어로즈가 KBO에 임의탈퇴공시 해제를 요청해야 강정호 복귀의 길이 열린다. 히어로즈가 강정호를 품을 수도, 타 팀에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보이지 않는 손'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메인 스폰서로 5년간 총 500억원을 지원하는 키움증권(대표이사 이 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히어로즈의 강정호 복귀 결정에 키움증권이 실력을 행사할 순 없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허 민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 등을 통해 '의견'을 전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히어로즈의 가장 강력한 후원사인 키움증권의 의견은 적지 않은 무게를 갖는다.

그렇다면 키움증권은 과연 강정호 복귀 이슈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강정호가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했지만, 야구계 안팎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음주운전 적발로 인한 실형 선고, 앞선 음주 전과에도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던 그가 메이저리그 소속팀을 찾지 못한 채 국내 유턴을 바라는 지금에서야 고개를 숙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키움증권이 민감하게 반응할만한 주제들이다.

앞서 히어로즈가 구단 수뇌부 문제로 골머리를 썩일 때도 키움증권은 메인스폰서로 함께 거론되면서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다. 그러나 의혹 수준이었던 구단 문제와 이번 강정호 복귀 건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고객과 직접 스킨십이 잦고 부정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금융업 특성상 히어로즈로 인해 좋지 않은 이미지가 반복되는 것은 키움증권 입장에서 결코 달가운 상황이 아니다.


강정호가 히어로즈에 복귀한다고 해도,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KBO 1년 징계 외에 히어로즈는 메이저리그 진출 전 음주 문제를 소급해 강정호에게 자체 징계를 내릴 전망. 이렇게 되면 강정호가 복귀하더라도 내년 이후에나 그라운드를 밟게 된다. 오는 2023년까지 히어로즈 이름 앞에 기업명을 붙이는 키움증권은 뛰지도 못하는 선수 때문에 이미지 타격을 걱정하는 웃지 못할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강정호가 모든 징계를 딛고 복귀한 뒤 기대만큼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것 또한 손해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히어로즈의 스폰서를 맡았다. 이전까지 스포츠 마케팅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키움증권의 히어로즈 스폰서십 참여는 의외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키움증권은 히어로즈가 충분히 잠재성 있는 구단이라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 부정적 이슈도 있었지만, 박병호 김하성 이정후 등 스타를 거느린 실력에 주목했다. 히어로즈 야구가 기업 가치를 끌어 올리고 대중에게 강력한 이미지를 구축할 '저평가 우량주'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히어로즈는 계약 첫 해 포스트시즌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서면서 키움증권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키움증권은 포스트시즌 기간 모기업인 다우키움그룹 김익래 회장이 히어로즈 팬들과 어울려 승리를 축하하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젊고 역동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장기투자 첫 해 성적은 '상한가 초대박'이었다. 그러나 히어로즈가 강정호를 품은 뒤에도 지금의 부정적 시선이 거둬지지 않는다면, 지난 1년 간 키움증권이 히어로즈를 통해 쌓아 올린 성과는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히어로즈가 또다시 좋은 성적으로 키움증권이라는 이름을 빛낼 수도 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일군 히어로즈는 올해도 5강권에 꼽히는 팀. 지난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첫 대권의 꿈을 이룰 수도 있다. 그러나 성적은 한 시즌 뒤 사라지는 신기루다. 사건-사고 반복마다 거론되는 기업명, '문제 구단과 엮인 회사'라는 부정적 이슈는 기업 가치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키움증권의 타격은 곧 히어로즈의 타격이기도 하다. 히어로즈는 창단 후 숱한 문제를 겪으면서도 KBO리그 유일의 자립형구단 위치를 지켜왔다. 그러나 2018년까지 메인스폰서였던 넥센타이어가 부정적 이슈 반복을 이유로 재계약을 포기한 바 있다. 키움증권마저 등을 돌릴 경우 히어로즈의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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