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줌인]더 먼 곳 향한 NC 이동욱 감독의 시선 "선두? 지키겠다고 생각한 적 없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0-06-24 01:39 | 최종수정 2020-06-24 07:39


2020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30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NC 이동욱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05.30/

[수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과거 장거리 육상에 임춘애란 선수가 있었다.

1986년 아시안게임 3관왕에 빛났던 선수. '라면소녀'로 불릴 만큼 어려웠던 환경을 극복한 스토리가 당시 큰 화제를 모았었다.

주법에 있어 막판 스퍼트로도 유명했다. 2등으로 뛰며 힘을 모으다 마지막 승부처에 지친 1등을 추월하는 장면은 더욱 극적이었다.

코로나19 속 기형적으로 출발한 2020 프로야구. 각 팀 감독들, 특히 상위권 사령탑들은 '임춘애식 추입전략'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본격적인 장마를 앞두고 있는 시점. 더블헤더도, 월요일 경기의 악몽이 일상화 된다. 눈 앞의 승리, 외면하기 어렵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무리하다 보면 어느 새 선수들은 만신창이가 될 수 있다. 가뜩이나 선수, 특히 투수가 절대 부족한 상황. 주축 선수 부상과 방전은 곧 레이스 탈락을 의미한다. 쫓는 자 보다 쫓기는 자의 마음이 급할 수 밖에 없는 법.

'진격의 선두' NC다이노스 이동욱 감독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시즌 초 부터 줄곧 1등을 지키고 있지만 고비가 찾아오고 있다.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완전하지는 않다. 선발 한 자리는 비어있고, 불펜진도 불안하다. 부각되는 약점은 결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주까지 최근 10경기 4승6패. 승승장구하던 터라 당혹감도 깊을 수 밖에 없다.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2020 KBO 리그 경기가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4회초 NC 양의지가 좌월 동점 솔로홈런을 날렸다. 홈인하며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는 양의지의 모습.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5.20/
하지만 이 감독은 일희일비 하지 않고 있다. 아니, 그러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고 하는게 더 맞을 것 같다. 23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KT전을 앞두고 이 감독은 '선두 수성의 관건'을 묻는 질문에 단호하게 답했다. "지키겠다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이 감독은 "이제 시즌의 4분의1이 지난 상황이다. 매 경기 어떻게 이길까 하는 생각만 할 뿐이다. 반도 돌지 않은 상황이라 뒤에 승부를 봐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 감독은 장기적 관점에서 팀을 운영하려 노력중이다. 무릎 부상 후 올 시즌 복귀한 주포 나성범 기용도 안전제일이다. 외야수비를 일주일에 1번→2번→3번으로 차근차근 늘려가고 있다. 이 감독은 "나성범이 수비를 몇 게임 나가느냐 보다 나성범이 올시즌 팀과 시즌을 함께 마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NC는 5선발 공백과 불펜 불안감 속에 장마철 승부라는 본격적인 시험대에 들게 된다. 이동욱 감독에게도 더블헤더는 피하고 싶은 일정이다. "더블헤더 누구나 다 힘들죠. 선수는 특히 6,7시간을 치러야 하니까...2패는 데미지가 더 크잖아요. 피하고 싶은 마음이 더 많습니다."

흔들리는 불펜에 대해서도 단기 처방보다 믿음이라는 장기 처방 속에 해법을 찾기로 했다. 이 감독은 "그대로 간다. 조금 안 좋다고 움직이는 것 보다 그 편이 낫다. 방법이 있다면 모르지만 믿고 가야 하는 부분들"이라고 설명했다.

불펜 자원 외부 수혈에 대해서 그는 "제 맘 대로 안되잖아요. 트레이드라는 게 상품이 서로 맞아야 하는 상황이라. '사주세요. 데려와 주세요'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빙긋 웃었다.

창단 후 첫 대망을 꿈꿀 수 있는 시즌을 보내고 있는 NC 다이노스호. 과연 여름 고비란 거대한 파도를 넘어 안전한 항해를 이어갈 수 있을까. '승부사' 이동욱 감독의 머릿 속에 조금씩 복잡해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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