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인터뷰]박병호가 '스트레스'를 언급했다...홈런왕의 감각 회복 비결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0-06-24 07:42


키움 박병호가 23일 LG전에서 3회 중월 솔로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박병호는 이날 홈런 2개를 포함해 4안타를 치며 타격감을 완벽하게 회복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경기 때 스트레스, 내려놓을 수 있었다."

5차례 홈런왕을 차지하고 메이저리그까지 다녀온 베테랑 타자의 입에서 '스트레스'란 단어가 튀어나올 줄은 몰랐다. 선수들의 스트레스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발생한다. 특히 슈퍼스타의 스트레스는 숙명과도 같다. 스트레스를 달고 사는 게 인간인데, 하물며 조직(팀)을 대표하고 이끌어 가는 대스타의 스트레스는 논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직접 스트레스를 언급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 이야기다. 박병호는 지난 23일 잠실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홈런 2방을 터뜨리며 슬럼프에서 완전히 탈출했음을 알렸다.

이날 키움은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선발투수 최원태, 시즌 첫 등판해 155㎞ 강속구를 뿌리며 무실점으로 막은 안우진 등 포지션별로 승리에 공헌한 선수들이 많았지만, 취재진은 만장일치로 박병호를 인터뷰 대상선수로 요청했다. 올시즌 얼마나 부진했으면 주위에서 "공식 인터뷰는 처음인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홈런 2개를 포함, 4타수 4안타를 친 박병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을 낮췄다. '스트레스'와 함께 '내려놓았다'는 표현도 여러 번 썼다. 그는 "4안타를 쳐 타격감이 좋아지기를 바란다. 타석에서의 자세, 공을 보는 여유와 타이밍이 3일 쉬는 동안 나아졌다고 본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중에 4안타가 나왔다"면서 "감독님 배려로 쉬는 동안 경기 때 스트레스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병호는 슬럼프가 장기화되자 지난 17일 올시즌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당시 키움 손 혁 감독은 "얼마전 허리를 삐끗했고, 손목과 무릎에 주사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야구가 안되니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 상황이었다. 그리고 3일 휴식 후 20일 SK 와이번스전을 통해 복귀했다.

이후 4번이 아닌 5번 타자로 출전중이다. 박병호는 "그 전에 2번도 쳐봤고, 지금은 5번을 친다. 그런 타격감을 가지고 4번을 치는 건 아니었다"면서 "나는 감독님의 뜻대로, 시키는대로 하면 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많이 내려놓았다"고 설명했다.

박병호는 복귀 후 3경기에서 9타수 6안타(타율 0.667), 3홈런, 5타점을 때려냈다. 타율은 1할대에서 2할2푼8리로 껑충 뛰었다. 확실히 달라진 건 '내려놓은' 마음자세 뿐만 아니라 타격 밸런스다. 이날 날린 홈런 2방은 모두 중견수 뒤를 넘어가는 대형 아치였다. 우타자의 경우 중월 또는 우중월 장타가 나왔을 때 '밸런스가 완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홈런 2개가 딱 그 방향이었다. 스스로도 "홈런 2개 모두 중앙으로 갔다는 게 현재의 밸런스와 컨디션 면에서 좋은 징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 전 박병호의 타율은 1할9푼7리로 규정타석을 채운 58명 가운데 꼴찌였다. 삼진도 NC 다이노스 나성범과 함께 가장 많은 51번을 당했다. 이처럼 슬럼프가 길었던 적은 없다. 박병호는 "안좋은 시간이 길었다. 좀더 일찍 휴식을 취했어야 했다. 자신감이 떨어지고 다시 잡기 어려울 정도로 움직임이 깨져버렸다. 그런 모습이 오래 나오다 보니 스트레스도 커졌다"고 토로했다.

키움은 한 달 뒤면 새 외국인 타자 에디슨 러셀이 가세한다. 메이저리그 스타 출신의 러셀이 오면 공수에서 키움의 전력은 한층 단단해질 전망이다. 박병호는 "(미국 시절)난 주로 마이너리그에 있어서 경기에서 본 적은 없다"며 웃은 뒤 "이름값으로는 역대 최고 선수다. 잘 적응해서 팀에 도움이 되길 바라고, 나도 도울 것이 있으면 열심히 도울 생각"이라고 했다.

한편, 10홈런으로 8시즌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달성한 박병호는 이 부문 선두인 KT 위즈 선두 멜 로하스 주니어(14개)를 4개차로 뒤쫓았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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