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핫포커스]리그를 덮친 햄스트링 부상 주의보, 예고된 악재였을까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0-06-17 09:33


LG 트윈스 김민성은 최근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6.04/

1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KBO리그 SK와 KIA의 경기가 열렸다. KIA 9회 1사 1루에서 유민상의 안타 때 1루주자 류지혁이 3루까지 주루하다 다리 부상으로 쓰러졌다.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류지혁.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0.06.14/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부상이 많아도 너무 많다.

최근 KBO리그는 주전급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상승세인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15일 안치홍과 오윤석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동시 이탈하며 내야에 비상등이 커졌다. KIA 타이거즈도 트레이드 이적 이후 일주일간 공수에서 펄펄 날던 류지혁이 주루 플레이 도중 허벅지 통증을 느꼈고,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곧바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2주 후 재검진 예정이라 복귀까지 한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KIA는 이미 김선빈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져있어, 내야 핵심 요원 2명이 이탈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LG 트윈스도 김민성이 왼쪽 햄스트링 부분 손상 진단을 받아 2~3주 정도 재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두산 베어스는 부상 병동이다. 허경민은 새끼손가락 미세 골절, 오재원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져있고, 이런 와중에 오재일까지 옆구리 통증으로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유독 근육 부상, 햄스트링 부상이 많다. 대부분 핵심급 선수들이다. 햄스트링 부상은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자주 발생하는 부상 중 하나이자, 가장 경계하는 부상이다. KBO리그에서도 십여년전부터 햄스트링 부상에 대한 심각성과 세밀한 원인 분석이 이어지면서, 트레이너들이 가장 조심해서 관리하는 부위이기도 하다. 한번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선수는 다시 재발할 수 있다는 위험성도 감수해야 한다. 지금은 현역에서 은퇴한 이범호도 '철인'으로 불릴만큼 건강한 몸을 자랑했지만, 막바지에는 햄스트링 통증 반복으로 플레이에 지장을 받곤 했다.

햄스트링 부상의 가장 큰 원인은 근육 피로 누적이다. 일시적으로 무리한 동작이나 과한 자극을 받아 근육이 찢어지기도 하지만, 이미 피로가 쌓여있을때 부상이 생기기 더욱 쉽다. 특히 프로 경력이 쌓인 베테랑 선수들에게 자주 생기는 부상이다. 과거에는 햄스트링 부상이 생기면 은퇴할 때가 가까워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였다. 최근에는 트레이닝 기술도 워낙 좋아지고, 치료와 재활 과정도 이전보다 훨씬 섬세해지면서 햄스트링 부상 이후로도 관리만 잘받으면 정상 회복이 어렵지 않지만 '많이 쓴 부위에 부상이 찾아온다'는 기본적 원리는 변하지 않았다.

올 시즌 초반에 유독 햄스트링 부상이 잦은 것은 특수한 상황이 겹쳐있다고 봐야 한다. KBO리그는 아직 팀당 100경기 이상을 남겨뒀다. 경기수로만 놓고 보면 시즌 초반이지만, 시기상으로 봤을때 이미 6월 중순이다. 선수들은 1월부터 본격적으로 기술과 실전을 번갈아가며 몸을 만들어놨고, 개막이 한달 이상 미뤄지면서 지루함 속에 긴장감 있는 몸을 유지하기 위해 훈련을 지속한 것이 근육 피로의 원인일 수 있다. KBO리그 선수들은 메이저리그처럼 개막 지연이라고 해서 단체 훈련을 전면 중단하지 않았다. 개인 훈련, 단체 훈련을 계속 이어가며 개막을 기다렸다. 한달 가까이 개막 일정을 잡지 못하면서 피로도도 함께 가중됐다. 선수들과 트레이닝 담당 코치들의 올 시즌 최대 걱정이 '정상 컨디션 유지'일 정도로 예고된 난관이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더욱 빡빡한 경기 스케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5월초 개막한만큼 KBO리그는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비가 내려도 우천 취소 대신 경기 강행이 더욱 나을 정도다. 더블헤더에 대한 부담감이 크고, 심한 경우 이튿날 서스펜디드 경기까지 강행해야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차라리 비를 맞으면서 5회까지라도 경기를 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할 정도다. 이미 몇차례 더블헤더가 시행됐고, 서스펜디드 경기까지 나왔다. 예년보다 더 여유 없는 일정이 이어지면서 크고 작은 통증을 안고도 뛰어야 한다.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있다. 이미 여러 구단이 부상 선수 발생 이전과 이후 성적에서 극명한 차이를 느끼고 있다. 앞으로 추가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전혀 없다. 올 시즌 특수 상황을 감안했을때 최소한의 부상으로 팀을 꾸려가는 팀이 마지막에 웃을 것으로 보인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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