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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착한 모습은 필요없다."
지난 4년 간 신음하던 삼성 라이온즈를 구원할 '라첸카' 오승환(38).
듬직한 형님의 복귀. 팀은 과연 어떻게 달라질까.
직접적 합류 효과야 설명이 필요 없다. 끝판왕의 실력, 의심의 여지가 없다. 복귀 첫날 선두 타자에게 2루타를 맞고 볼넷도 내줬지만 오랜 실전 공백을 감안하면 놀라울 정도였다.
7년 만의 복귀전. 조금 긴장한데다 낯 선 환경 등이 겹쳐 제구가 살짝 높았다. 제구 자체가 워낙 좋은 투수임을 감안하면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던질 앞으로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오승환의 복귀로 가뜩이나 강한 삼성 불펜은 더욱 단단해 질 전망.
중요한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오승환 컴백이 불러올 간접 효과다. 일단 후배들은 보고 배우는 것 자체가 큰 공부다. 등판 전후 루틴과 몸 관리, 경기 운용 등 그의 모든 움직임이 살아 있는 교본이다. 자연스레 직간접적인 학습이 된다.
실제 오승환은 "일부러 캐치볼을 여러 다양한 후배 선수들과 바꿔가며 하는 편이다. 어떻게 던지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나도 새로운 걸 배우기도 한다. 후배들이 구종이나 손가락 그립 등을 자주 많이 물어보고 있다.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마운드에는 성장중인 젊은 투수들이 수두룩하다. 이들에게 오승환의 복귀는 행운이다.
오승환은 복귀 첫날인 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전을 앞두고 젊은 후배들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캠프 때 부터 거리낌 없이 이야기 하고, 장난 치고 해서 많이 친해졌어요. 후배들이 다들 착해요. 그런데 너무 착한 것 같아서 그게 걱정일 정도에요. 마운드 위에서 착한 모습은 필요 없거든요."
몇 안 남은 왕조 시절을 이끌던 삼성 선수들에게 그라운드는 전쟁터였다. 웃고 떠들다가도 그라운드를 밟는 순간, 마운드에 서는 순간 눈빛이 달라졌다. '전투'의 시작이었다.
그때 그 시절과 달리 지금의 삼성 야구는 순해졌다. 위기에서 조차 타자를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키면 사과 인사를 하는 전반적인 리그 연성화 분위기의 영향도 있다.
왕조를 이끌던 최고참 권오준(40) 역시 전투력을 강조한다. "마운드에 올라가는 선수 하나 하나가 마치 전쟁을 치르듯 치열하게 싸웠다"고 회고한다. 전성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권오준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마운드에서 타자와 싸우는 투수다. 덕아웃 파이팅을 이끄는 리더도 바로 권오준이다.
그런 권오준에 오승환까지 합류하면서 덕아웃 분위기는 달라질 전망이다. 싸움터에 직접 나가 동생들을 지켜주는 역할 뿐 아니라 싸움의 기술을 전수하고 덕아웃에 강한 근성을 불어 넣을 형님의 귀환.
돌아온 오승환이 '착하디 착한' 삼성 선수들의 전투력을 얼마나 끌어올려 팀을 변화게 할까. 흥미로운 관찰 포인트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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