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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초반 상승세가 워낙 강렬했던 탓일까.
타격 사이클 업다운은 긴 시즌을 치르면서 필연적으로 거치는 부분. 한 시즌 내내 상대 투수의 공을 모두 칠 수 있는 타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거듭되는 일정 속에 누적되는 피로, 상대팀의 분석과 견제에 시달리면서 침체기를 겪기 마련이다. 시즌 초반 엄청난 집중력을 보였던 롯데 타선이지만, 끌려가는 승부에서 역전을 만드는 과정에서 체력 소모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롯데 타선을 향한 견제도 한층 심해진 게 당연한 부분. 이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타선의 침체는 그동안의 선전에 가려있던 롯데의 문제점들을 들춰내고 있다. 선발진이 대표적. 스트레일리는 메이저리그 시절 소화해 온 등판 간격보단 KBO리그 적응이 최대 관건으로 꼽혔다. 빛나는 커리어에도 KBO리그에서 무너졌던 외국인 사례를 보면 당연한 시각이었다. 곧 돌아올 아드리안 샘슨도 마찬가지 문제 탓에 물음표가 붙어 있다. 국내 선발 투수 중에서도 지난해 부상에서 복귀한 박세웅 정도만 낙관적인 평가를 받았을 뿐, 1년을 쉬었던 노경은이나 고작 2년차에 접어드는 서준원의 구위엔 물음표가 붙었던 게 사실이다. 백업 자리도 마찬가지다. 롯데는 주전-백업의 격차가 가장 큰 팀으로 꼽혔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영입, 육성을 통해 이 부분을 해결하고자 했지만, 딱히 두드러지는 부분은 없었다. 개막 후 김준태, 추재현이 지속해서 기용되고 있지만, '히든카드'로 부를 정도는 아니었다. 결국 시즌 전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은 흐름으로 가고 있을 뿐이다.
허문회 감독의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30경기 정도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색깔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색깔을 지키면서 최적의 운용법을 찾겠다는 계산이었다. 이 과정에서 오는 시행착오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는 뜻을 드러냈다. 지금은 어디까지나 이런 조각을 맞춰가는 시기일 뿐이다.
모두가 극적인 반등을 꿈꾼다. 하지만 몇 달 사이의 변화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깨지고, 쓰러지면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힘을 길러야 반등도 완성된다. 엇갈리는 초반 행보는 지난해 꼴찌팀이자 여전히 미완성인 롯데가 거쳐야 할 과정일 뿐이다. 좀 더 느긋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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