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이슈]"기합소리, 뭐가 문제죠?" '투수 출신' 한용덕·이강철 감독 한목소리

한화 한용덕 감독. 허상욱 기자 [e-mail]

[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박상원 기합소리? 관중 함성 있을 때도 잘 들렸어요. 그런데 그게 왜 문제가 되죠?"

투수 출신 감독들의 공감대일까. 한용덕, 이강철 감독은 이슈로 떠오른 투수의 기합소리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다'며 입을 모았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과 한용덕 한화 이글스 감독은 20일 경기를 앞두고 각각 기자들과 만나 '투수의 기합소리는 그냥 경기의 일부'라며 같은 의견을 폈다.

이강철 감독은 자신의 현역 시절을 떠올리며 "나도 음!하고 던졌다. 사람이 순간 힘을 쓸 때 기합소리를 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의견을 폈다.

특히 이슈가 된 것은 지난 17일 한화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였다. 당시 박상원이 투구마다 높은 소리로 기합을 지르자, 허문회 감독을 비롯한 롯데 벤치는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을 흐트러뜨린다며 항의에 나섰다. 무관중 상황인 만큼 더욱 문제가 된다는 주장이다. 결국 박상원은 롯데 더그아웃에 사과했지만, 사과 이후에도 기합소리는 계속됐다.

하지만 이 감독은 "박상원의 기합소리는 관중들 있을 때도 잘 들렸다. 투수가 손에 뭘 바르는 것도 아니고, 소리 좀 지른다고 문제가 되나? 야구는 원래 시끄러운 함성 속에서 하는 운동 아닌가"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내가 타자 출신이 아니어서 그런지 몰라도, 경기의 일부일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 정재근 기자 [e-mail]

한용덕 감독은 한발 더 나갔다. 그는 "기합 넣는 거 얼마든지 해도 괜찮다, 아무 문제 없는 행동이다.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경기 도중 롯데 더그아웃에 사과한 박상원의 행동을 문제삼았다. '그라운드는 전쟁터'라는 이유다. 한 감독은 "사과할 일 있으면 경기 끝나고 하라고 했다"면서 "(기합 소리에)상대 감독이 어필할 수는 있다. 다만 박상원이 거기에 신경쓸 필요는 없다. 테니스 같은 종목에서 소리 지른다고 아무도 뭐라 안 하던데"라며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무관중 경기가 낳은 촌극일까. 아니면 무관중 경기를 기반으로 터져나온 불만일까.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도 "투수들이 소리치는 게 거슬릴 때가 있다. 자극적인 행동은 서로 안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강철 한용덕 감독이 투수 출신인 반면 허문회 김태형 감독은 타자 출신이다.


수원=김영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