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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나중에 몰아서 쳐주려고 이러나 봅니다. 그날을 기다려야죠. 새로운 선수들이 잘해주지 않을까요?"
경기전 한용덕 한화 이글스 감독의 말은 마치 그날의 승부를 예견한 듯 했다.
한화는 '부상병동'이다. 외국인 선수 채드벨과 제라드 호잉이 부상중이고, 돌아온 이용규도 아직 정상 컨디션은 아니다. 타선을 이끌던 하주석과 오선진도 부상으로 한달 가량 결장한다. 가뜩이나 타선의 부진으로 마음 고생해온 한용덕 감독의 표정은 특히 어두웠다. 특히 빈약한 장타력이 문제였다. 전날까지 한화의 팀 홈런은 4개. 홈런 1위 한동민(5개)보다 적었다.
19일 KT 위즈와의 경기는 평소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선발 장시환이 3회까지 7점을 내주며 조기 강판됐고, 뒤를 이은 임준섭도 KT 타선의 맹폭에 시달렸다. 1회부터 5회까지 매회 점수를 허용했다. 5회말 수비를 마쳤을 때 점수는 1대13, 무려 12점 차였다. 김태균 정은원 정진호 등 부진했던 주전 선수들 대신 김현민 장운호 최승준 박한결 이해창이 투입됐다.
야구는 점수차가 한없이 벌어져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야만 끝나는 경기다. 한화 백업 선수들의 간절함은 이날 경기의 분위기를 일신시켰다. 7경기 연속 이어지던 팀 퀄리티스타트(QS, 6이닝 3실점)의 종료, 올시즌 최다 실점패였던 이날 경기는 KBO 최다점수차 신기록을 새로 쓸뻔한 '무명 대반란'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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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박한결의 안타를 시작으로 물꼬가 터진 한화는 타자 일순하며 한 회에만 9점을 뽑아 KT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김현민은 데뷔 첫 안타, 박한결은 데뷔 첫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내야 멀티백업인 두 선수는 주전 하주석이 빠진 지금 한용덕 감독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셈. 장운호는 밀어내기 볼넷으로 올해 첫 타점을 올렸고, 최승준도 안타와 타점을 보탰다.
특히 지난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에서 한화로 이적한 이해창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이해창은 7회 장쾌한 3점 홈런을 쏘아올리며 점수 차이를 3점까지 좁혔다. KT가 결국 아꼈던 필승조 주권을 꺼내들게 만든 한방이었다. 9회에도 마무리 이대은을 상대로 매서운 방망이를 과시했다. KT 우익수 송민섭의 슈퍼 캐치가 아니었다면, 진짜 대역전극이 이뤄질 수도 있었다.
KBO 역대 최다 점수차 역전승은 2013년 5월 8일 SK 와이번스가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기록한 10점차 역전승이다. 당시 SK는 1회 9실점을 비롯해 3회까지 1대11로 뒤졌지만, 5회부터 추격전을 벌인 끝에 13대12로 끝내기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만약 이날 한화가 승부를 뒤집었다면 KBO 리그 역사를 새로 쓸 수도 있었다.
한화 타선에 필요했던 것은 이 같은 활기와 자신감이었다. 비록 승부를 뒤집지 못하고 '작은' 반란으로 끝났지만, 한화의 미래를 바꿀지도 모를 불씨를 피운 셈이다.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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