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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관중이 없는 그라운드는 적막하다. 장내 아나운서의 선수 소개는 쩌렁 쩌렁 울리고, 단상에서는 응원가가 울려 퍼지지만, 평소 같으면 함성에 묻힐 벤치의 신경전까지 고스란히 전파를 탄다.
지난 17일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는 이 같은 독특한 이슈의 결정판이었다. 타구에 맞은 롯데 투수 이승헌이 후송되는 과정에서는 의료진을 향한 관계자들의 말이 가감없이 마이크에 담겼다. 다급함이 묻어난 육성에 팬들은 더욱 화가 났다. 언제나처럼 날카로운 기합을 넣으며 공을 던지던 한화 박상원은 '타자의 집중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허문회 롯데 감독의 항의에 직면했다. 박상원이 롯데 전준우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하자 롯데 더그아웃에서는 "울어, 울어"라는 야유가 나왔다. 이어 롯데 한동희가 한화 김진영을 상대로 동점 홈런을 쳤을 때는 "에이스 공 좋네"라는 비아냥도 들렸다.
앞서 14일 두산 베어스-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오훈규 심판이 바운드 여부를 롯데 포수 정보근에게 묻는 장면이 오디오와 함께 방송돼 빈축을 샀다. 결국 오훈규 심판은 퓨처스리그로 강등됐다.
"현장감 있는 중계도 좋지만, 경기에 집중하다보면 생각지도 않은 이야기가 입 밖으로 나오기도 한다"는 불만은 점차 커진다. 선수단이 경기에 방해를 받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더그아웃의 경우 관련 영상이나 사운드를 실시간으로 송출하지 말고, 중계방송사 차원에서 일정 부분 필터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싸움 차원에서 상대 팀을 향해 자주 해오던 도발 신경전이 '비매너'로 간주돼 팬들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한다.
이에 대해 KBO는 "현장에서 피드백이 계속 들어온다. 불편한 부분에 대해 관련 구단과 방송사가 수시로 논의하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이어 "올시즌 처음 도입된 제도다. 아직 개막한 지 2주밖에 안 됐다. 무관중 경기라는 변수도 있다. 차츰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이태원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인해 KBO리그 관중 입장은 또 다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개막을 준비중인 메이저리그(MLB) 역시 무관중 운영이 유력한 만큼, KBO리그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MLB 사무국은 벤치 클리어링을 금지하는 것도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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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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