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오재일의 2020시즌이 심상치 않다.
두산 베어스 오재일은 그동안 대표적인 '슬로스타터'로 꼽혔다. 시즌 초반보다 후반 성적이 더 좋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오재일이 본격적으로 1군에서 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성적을 살펴보면, 시즌 초반에 해당하는 3~4월에는 161경기에서 통산 타율이 2할3푼3리, 장타율 0.383, 출루율 0.324로 저조한 편이다. 하지만 7월 이후 성적을 보면 눈에 띄게 상승한다. 7~8월 278경기에서의 타율은 3할7리로 껑충 뛰고, 장타율도 0.573, 출루율 0.380이다. 9월 이후로도 211경기에서 타율 2할9푼9리, 장타율 0.545, 출루율 0.384로 7월 이후 전체 OPS(장타율+출루율)가 9할을 훌쩍 넘는다. 반면 통산 3~6월 OPS는 7할대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오재일은 17일까지 치른 11경기에서 타율 4할4리 3홈런 13타점 장타율 0.723, 출루율 0.451로 펄펄 날고 있다. 개막 이후 안타를 치지 못한 경기는 딱 한번 뿐이고, 그날도 볼넷 출루에는 성공했다. 또 3안타 이상 친 경기도 3차례나 된다. 안타(19안타) 대비 삼진(13개) 비율도 낮으면서 타점 해결과 출루라는 두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내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 오재일을 3번타자로 기용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5,6번으로 나서는 경기가 가장 많았고, 지난해에는 5번타자로 가장 많은 타석을 소화하고, 3번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오재일을 4번타자 김재환 앞에 배치한다. 그러다 보니 2번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의 시너지 효과가 폭발하고 있다. 현재 두산의 실질적인 중심 타선은 페르난데스-오재일-김재환으로 이어지는 2~4번이다. 가장 장타가 많이 터지는 타순이다.
오재일은 "지난해와 비해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시즌 초반 타격 밸런스가 매우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는 상황이 몇차례 겹치면서 좋은 성적이 나오고 있고, 자연스럽게 자신감도 더 상승한다. 또 페르난데스, 김재환을 비롯해 두산의 팀 타선 전체가 워낙 흐름이 좋기 때문에 한결 부담을 덜고 타석에 들어간다는 상황적인 장점도 있다.
오재일은 지난해 바뀐 공인구 여파로 대부분의 중장거리형 타자들의 홈런 숫자가 급감했지만, 유일하게 큰 변화가 없는 타자였다. 물론 오재일도 홈런 개수가 2018년 27개에서 지난해 21개로 줄고, 장타율도 0.539에서 0.495로 하락했지만 변동 폭이 치명적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정규 시즌 활약과 한국시리즈 MVP 수상으로 데뷔 후 최고의 가을을 보냈다.
지난해 분위기를 그대로 끌고 온 오재일은 데뷔 후 최고의 봄을 보내고 있다. 이제 이 흐름을 얼마나 길게 이어가는지, 또 '지연 개막'의 최대 수혜자로 남게 될지 그의 올 시즌 결말이 더욱 궁금해진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무료로 보는 오늘의 운세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