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 VR]'54세 청춘' 윌리엄스 KIA 감독, 대전구장 구석구석 '종횡무진' 진풍경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0-05-13 10:00


관중석을 오르내린 끝에 워닝 트랙 조깅에 나선 윌리엄스 감독(검은옷). 사진=김영록 기자

[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허…감독님 피가 끓으시는가 보네. 아직 젊네."

KIA 타이거즈의 맷 윌리엄스 감독은 올시즌 KBO 10개 구단 사령탑 중 단연 첫손 꼽히는 거물이다. 메이저리그(MLB) 올스타 5회, 골든글러브·실버슬러거 4회, 빅리그 감독상의 커리어를 지니고 있다.

1965년생으로 올해 54세지만, 윌리엄스 감독은 여전히 젊다. 유쾌하고 활달한 성격도 돋보인다. 선수들과도 기분좋게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격의 없는 성격이다.

윌리엄스 감독은 12일 일찌감치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후 3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겐 아침 시간이 따로 없다.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면 오후 10시를 넘기는 일이 다반사다. 경기를 치르느라 달아오른 근육을 풀어주고 본격적인 휴식을 취하려면 아침까지의 '꿀잠'은 필수다.

홈팀 선수들은 오후 2시 즈음부터 야구장에 나타난다. 몸풀기 등 단체훈련은 보통 2시 30분에서 3시쯤 시작된다. 이후 투수들은 러닝을 하거나 불펜 피칭을, 타자들은 타격과 수비 훈련을 한다. 오후 4시 30분쯤 되면 원정팀 선수들을 위해 그라운드를 비워준다. 이제 원정팀의 훈련 시간이다.

그런데 원정팀 사령탑인 윌리엄스 감독이 이례적으로 이른 낮시간에 깜짝 등장한 것. 그는 먼저 1루쪽 2층 관중석으로 올라가 쉴새없이 계단을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3루쪽 2층 관중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포근하다못해 살짝 덥게 느껴지는 날씨였지만, 윌리엄스 감독의 몸놀림은 MLB 통산 378홈런을 쏘아올린 레전드답게 거침이 없었다. KIA 구단 트레이너도 윌리엄스 감독을 따라 '강제 운동'에 동참했다.

이는 몸풀기에 불과했다. 급기야 윌리엄스 감독은 한화 선수단이 몸을 풀고 있는 그라운드까지 '난입'했다. 외야 워닝 트랙을 따라 조깅에 나섰다. 트랙 끝에 다다르자 조금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몸을 돌려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 야구계 관계자는 "윌리엄스 감독이 아직 젊다. 선수들 뛰는 것만 보고 있기엔 몸이 근질근질한 모양"이라며 웃었다.


과거와 달리 요즘 KBO리그 감독들은 많이 슬림해졌다. 과거처럼 그라운드의 배불뚝이가 감독과 등치되는 시대는 아니다. 하지만 선수도 아닌 감독이 경기전 이렇게까지 공들여 몸을 푸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한화 선수들의 관심도 윌리엄스 감독에게 집중됐다. 몇몇 선수들은 모자를 벗으며 달려가던 윌리엄스 감독에게 인사를 건넸고, 그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담소를 나눴다.

개인적인 친분이 없을 경우 타팀 감독과 선수는 경기장에서 따로 마주칠 일 자체가 드물다. 홈팀과 원정팀의 공식적인 훈련 시간이 다르고, 덕아웃과 라커룸 위치도 반대 방향이기 때문. 윌리엄스 감독의 '끓는 피'가 이 같은 진풍경을 연출했다.

워닝 트랙과 파울 지역을 두어 차례 왕복한 뒤에야 윌리엄스 감독의 운동이 마무리됐다. 그는 3루에 위치한 원정팀 덕아웃으로 사라졌다. 한낮의 남다른 존재감이었다.


김선빈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윌리엄스 감독. 사진=연합뉴스

대전=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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