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얼마나 기다려 주느냐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미완의 거포' 이성규(27).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은 그에 대해 캠프 때부터 일관된 스탠스를 취했다. 시간을 충분히 주겠다는 뜻. 화두는 '기다림'이다.
이성규는 2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멀티 홈런을 쏘아올렸다. 2회말 KIA 선발 홍건희로부터 동점 솔로홈런을 뽑아냈다. 엄청난 파워를 보여준 장면. 바깥쪽으로 어느 정도 제구가 잘 이뤄진 143㎞의 패스트볼을 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투스트라이크 이후라 평소 키킹 동작 없이 약간의 스트라이드 만으로 홈런을 만들어냈다.
끝이 아니었다. 8회에는 KIA 좌완 필승조 하준영으로부터 추격의 솔로포를 쏘아올리며 멀티 홈런을 기록했다. 139㎞ 몸쪽으로 붙어오는 왼손 투수의 패스트볼을 거침 없이 당겼다. 이번에는 평소처럼 키킹 동작을 통해 시원하게 날렸다. 2회 날린 연습경기 첫 홈런으로 자신감을 얻은 듯 준비동작에서 배트가 가볍고 빠르게 나왔다.
긍정적인 흐름이다. 이성규는 스프링캠프(타율 0.154)→청백전(0.241)→연습경기(0.286)으로 개막을 향해 조금씩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성규에게 필요한 것은 실전 경험과 자신감이다. 2군 홈런왕 출신이지만 1군 경험은 통산 37경기에 불과했다. 그만큼 1군 투수들의 공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만큼 자기확신도 2% 부족했다. 누구보다 성실한 대기만성형 선수. 제대로 터지기 시작하면 자신감이 더해져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줄 포텐의 소유자다.
허 감독은 이성규를 제대로 파악했다. 캠프 때 부터 꾸준하게 기회를 줬다. 경험과 함께 자신감도 상승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시즌이 늦게 시작되는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올 시즌 화두는 변화구 유인구 대처다. 삼성이 그토록 기다리는 거포탄생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요소다. 정규 시즌에 들어가면 상대 투수는 집요하게 변화구 유인구로 승부를 걸 공산이 크다. 변화구 유인구를 참아내 얼마나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느냐가 성공의 열쇠다. 경기를 많이 치를수록 이 부분도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스스로도 "직구에 강점이 있는데 (상대투수가) 직구는 많이 안 던지더라"며 "변화구 대처에 신경을 많이 써야할 것 같다"고 진단한 바 있다.
무엇보다 타석에서의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 자기 확신 없이 투수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투수의 리듬이 아닌 타자 자신의 리듬으로 대결 구도를 끌고 갈 필요가 있다.
화려한 꽃을 피워내는 과정은 화려하지 않다. 알을 깨고 나오는 고통과 인내가 필요하다.
이성규가 허삼영 감독의 기다림을 자양분 삼아 '1군 홈런타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충분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무료로 알아보는 나의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