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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있다.
젊은 주축 투수들의 변동성이다. 매 시즌 반복되지만 예측 불가라 계산이 안된다. 개막을 앞둔 2020 시즌 프로야구는 어떨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144경기에 대한 이야기 끝에 나왔다. 손 감독은 '투수코치를 했던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내년 두차례의 국제대회(3월 WBC, 7월 올림픽)을 감안하면 올해 144경기가 조금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손 감독은 "올해 휴식이 짧고, 내년 또 짧은 휴식 후 던지면 버틸 순 있지만, 분명히 데미지가 올 거다. '버두치 이론'도 결국 휴식이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짧아진 기간에 풀 시즌을 치르는 데 대한 우려. 순수하게 투수들의 경기력 측면에서 던진 이야기다.
미국 칼럼리스트 톰 버두치가 주장해 알려진 '버두치 이론'은 '25세 이하의 투수가 전 년도 혹은 본인의 커리어하이 보다 30이닝을 넘게 던졌을 경우 부상이 찾아올 위험이 높아진다' 주장이다. 젊은 투수들이 갑작스레 투구수가 늘어날 때 이듬해 부상과 기능 저하를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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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불펜을 자랑하던 LG는 불펜 핵 고우석과 정우영의 연습경기 부진이 마음에 걸린다. 고우석은 지난 27일 키움전에 블론 세이브를 했다. 제구난조로 3연속 볼넷 끝에 대타 이정후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그날까지 3경기 2⅔이닝 동안 홈런 포함, 3안타 6볼넷으로 3실점. 투구수도 62개로 많았고, 폭투도 있었다. 다행히 29일 대전 한화전에서 건재를 입증했다. 1점 차 세이브 상황에 등판, 8구 만에 삼자범퇴로 마무리 했다. 개막을 앞두고 반등의 계기가 될지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필승 셋업맨 정우영도 아직 완벽한 페이스는 아니다. 3경기 3⅓이닝 동안 홈런 2방 포함, 3안타 1볼넷으로 2실점 했다. 평균자책점 5.40. 고우석과 마찬가지로 29일 한화전에 등판, 2타자를 깔끔하게 범타처리 하며 부진 탈출을 알렸다.
고우석은 지난 시즌 중 정찬헌의 이탈로 마무리 투수를 맡아 65경기 71이닝을 소화했다. 버두치 이론이 성립될 만큼 이닝이 확 늘어난 건 아니지만 새로 맡은 마무리 위치에서의 매 경기 긴장감과 전력 투구의 피로감을 감안해야 한다. 시즌 후 프리미어12 대표팀도 다녀왔다.
삼성 투수 최충연은 2018년 불펜의 핵으로 맹활약했다. 필승조와 마무리를 오가며 70경기에서 무려 85이닝을 소화했다. 아시안게임도 다녀왔다. 이듬해 최충연은 이유 없는 부진 속에 영점 잡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선발 전환 실패 후 필승조에서도 이탈했다.
지난해 고졸 신인 정우영은 프로 첫해 불펜 필승조로 56경기에서 65⅓이닝을 던지며 맹활약,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이미 시즌 중이던 지난해 7월 말 어깨 염증으로 탈이 한번 나 빠진 적도 있다.
삼성 투수 양창섭은 프로 데뷔 첫 시즌인 2018년 87⅓이닝을 소화하며 맹활약 한 뒤 이듬 해 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시즌 내내 재활에 몰두했다.
통상 특급 고졸신인의 경우 고교 때 누적 혹사가 겹쳐 프로입단 첫해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 탈이 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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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3년차 안우진은 지난 2년간 41⅓이닝→88⅓이닝으로 47이닝 늘어났다. 올 겨울 허리통증으로 해외 캠프 대신 국내에서 재활에 몰두했다.
같은 팀 윤영삼도 29⅔이닝→62⅔이닝으로 커리어 최다 이닝을 찍었다.
두산의 마무리 이형범(67경기 61이닝)도 커리어 하이 이닝을 소화했다.
SK 불펜 핵 서진용도 지난해 팀의 절반인 72경기에서 68이닝을 던졌다. 투수로 전향한 마무리 하재훈도 61경기에 나와 59이닝을 던졌다.
NC는 전천후 투수 박진우가 41경기에서 140⅔이닝을 던졌다. KT는 이대은이 입단 첫해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86이닝을 소화했다.
KIA는 불펜 좌우 영건 전상현(10⅓이닝→60⅔이닝), 하준영(14⅔이닝→52⅔이닝)으로 전년도에 비해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삼성은 우완 필승조 최지광이 8⅔이닝에서 68이닝으로 크게 늘었다. 시즌 막판 체력 저하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몸을 아끼지 않고 팀을 위해 많은 투구를 했던 선수들. 과연 올 시즌 '버두치 이론'의 덫을 피해갈 수 있을까. 프로야구 판도에 미치는 영향이 큰 선수들인 만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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