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사인 훔치기 약한 징계? KBO는 밝힐 수나 있었을까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20-04-24 07:30


KBO 야구회관 구단 로고
도곡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0.03.17/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보스턴 레드삭스의 2018년 사인 훔치기 의혹도 사실로 밝혀졌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조사를 벌였고, 23일(한국시각) 15페이지 분량의 조사 보고서를 통해 보스턴이 실제로 사인 훔치기를 했다고 발표했다.

리플레이실 운영자인 J.T왓킨스가 주도해 코칭스태프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선수들에게 사인을 알려준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사무국은 징계도 확정했다. 사인 훔치기를 주도한 왓킨스에게 1년 자격 정지를 내리고 리플레이룸 운영자로 일할 수 없게 했다. 그리고 2020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드래프트권을 박탈했다.

사인 훔치기를 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 때보다는 징계가 약했다. 2017년 휴스턴은 상대 포수의 사인을 훔쳐 더그아웃 뒤쪽에서 쓰레기통을 두드리는 등의 소리를 통해 직구와 변화구를 알려줘 논란이 됐다. 모든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이를 알고 행했던 만큼 징계가 무거운 편이었다. 당시 사무국은 휴스턴 르나우 단장과 힌치 감독에 대해 2020년 1년간 무보수 자격 정지 징계를 내렸다. 또 휴스턴 구단에는 2020∼2021년 신인 드래프트 1, 2라운드 지명권을 박탈했고, 500만달러의 벌금도 내렸다. 두 차례 사인 훔치기 사건에서 선수들은 징계를 받지 않았다. 직접 사인 훔치기를 하지 않았고, 조사에도 성실히 임했다고 한다.

이 사건이 한국에서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사인 훔치기가 이처럼 조직적으로 행해진 것이 밝혀졌다면 큰 문제가 됐을 것이고 KBO의 징계 수위도 꽤 높았을 가능성이 크다.

사인 훔치기를 한 왓킨스는 아마 영구 자격 정지의 징계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고 선수들에게도 출전 정지의 징계를 내렸을 것이다. 당시 고의적인 사인 훔기치로 이득을 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징계가 아예 없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메이저리그처럼 사인 훔치기를 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조차 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KBO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얼마전 키움 히어로즈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 경영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위원회를 꾸려 4개월이나 조사를 벌였지만 내놓은 결과는 증거 불충분이었다. KBO는 이 전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구단 경영에 부당하게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구단 제출 자료의 임의성 및 당사자(이 전 대표)의 면담 불가 등에 따른 한계로 인해 구체적인 위반 사실의 일시, 장소 등을 특정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매우 의문스럽지만 수사기관이 아닌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구단에 2000만원의 벌금과 함께 키움 하 송 대표이사와 김치현 단장, 고형욱 상무, 박종덕 관리이사에 대해 엄중 경고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사건이 일어날 경우 KBO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메이저리그는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를 밝혀내기 위해 23명의 전현직 애스트로스 선수를 포함한 68명과 인터뷰를 했고, 수만개의 이메일, 업무용 메신저 내역, 문자, 영상 자료, 사진들을 분석했다.

반면 KBO는 이 전 대표와 면담 한번 하지 못했다. 키움 전체 직원과 면담을 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선 의지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사인 훔치기에 대해 약한 징계를 내렸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확실한 조사를 통해 그들의 잘못을 밝힌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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