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핫플레이어]허삼영 시선 강탈 김지찬, "최단신? 단점 아닌 장점"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0-04-23 00:17 | 최종수정 2020-04-23 10:15


최단신 선수 김지찬이 타석에 서면 상대투수는 좁아진 스트라이크존으로 인해 곤혹스러울 전망이다.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김지찬의 호수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허삼영 감독. 출처=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1m63,64kg

삼성 라이온즈 신인 내야수 김지찬(19)의 공식 프로필에 적힌 신체조건이다. 프로야구 최단신 선수.

지난해 8월 26일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삼성이 2라운드 15번째로 김지찬을 지명했을 당시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부정적 반응의 중심은 '작은 체구'에 맞춰져 있었다. 과연 그 작은 체구로 프로라는 정글에서 성공할 수 있겠느냐 하는 의구심.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났다.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더 이상 없다. 즉시 전력감으로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코칭스태프조차 연일 놀라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일단 공을 보는 능력이 기본 이상입니다. 공수주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선수에요." 삼성 허삼영 감독의 평가다.

개막을 앞두고 타선 등 여러가지 미완성 파트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허 감독. 하지만 막내 선수의 재주 넘치는 플레이를 보면 절로 아빠 미소가 지어진다. 플레이를 지켜보는 게 재미 있을 정도다. 21일 KIA와의 연습경기 개막전에 선발 유격수로 출전한 김지찬이 호수비를 펼칠 때마다 허 감독은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데 필요한 시간. 20일이면 충분했다.

지난 3일 부터 청백전에 모습을 드러낸 김지찬의 활약은 놀라웠다. 32타수 12안타로 타율은 3할7푼5리, 3루타가 2개, 2루타가 1개였다. 장타율(0.500)과 출루율(0.469)은 훌륭. 도루도 4개나 기록했다.


기록이 전부가 아니다. 수비의 작은 허점을 노려 한베이스를 더가는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는 고졸 신인이라 믿기 힘들 정도다. 강명구 주루코치도 이제는 1루에 나간 김지찬에게 "네가 알아서 하라"는 그린라이트를 부여한다. 곧바로 2루 도루를 성공시킨다.

수비 역시 재능이 넘친다.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안정감 있게 소화한다. 짧은 시간 내 외야도 섭렵했다. 그야말로 공수주에서 쓰임새가 무궁무진한 다목적 카드다.


김지찬이 작은 체구를 장점으로 승화시키며 성공스토리를 쓰기 시작했다.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프로입단 당시 단점으로 지적됐던 작은 키. 타고난 운동능력이 노력을 만나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하고 있다.

우선, 타석에서 투수들을 곤혹스럽게 할 수 있다. 스트라이크 존이 다른 선수보다 좁기 때문이다. 특히 장신의 선수와 비교하면 존이 확 좁아진다. 톱타자로 등장할 경우 1회부터 상대 선발의 영점 조절을 어렵게 할 수 있다. 허삼영 감독은 "좁은 스트라이크 존은 지찬이의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야 수비에 있어서도 작은 키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커버해야 할 공간이 넓은 유격수는 잔스텝이 중요하다. 빠르게 움직이며 송구 타이밍을 맞출 수 있다. KIA와의 첫 연습경기에서도 3회 최형우의 강습 타구가 1루수 이성규의 미트에 맞고 튕겨 나오자 2루수 김지찬은 재빠른 커버 플레이로 공을 막았다. 잔스텝으로 송구타이밍을 늦춘 뒤 이성규가 포구자세를 갖추고 나서야 재빠르게 던져 타자 주자를 잡아냈다.

8회 최형우의 3루쪽 파울플라이를 재빠르게 따라가 3루수 보다 먼저 캐치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플라이 처리시 스텝이 크면 포구 시 시선이 흔들릴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역동작 등 어려운 땅볼 포구 시 작은 키는 지면과 가까워 무너진 중심을 빠르게 회복해 송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단 한걸음 차로 아웃 세이프가 갈리는 상황에서 포구에서 송구로의 빠른 전환은 무척 중요하다.

이날 KIA전에서 유격수 김지찬은 7회 한승택의 완벽한 중전안타성 강습 타구를 몸을 던지는 놀라운 호수비로 막아냈다. 야구에 대한 센스와 타고난 운동능력, 신체조건이 결합해 만들어진 멋진 수비였다.

허삼영 감독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낸 장면. 키가 큰 장신의 유격수였다면 달려가는 관성으로 인해 그처럼 빠르게 송구로 전환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라인드라이브 타구 점프 캐치 등 장신 내야수에 비해 손해를 감수해야 할 부분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김지찬의 움직임으로 봤을 때 지면에 가까운 저중심과 민첩한 스텝을 활용한 폭 넓은 수비는 안정감 측면에서 장점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누구에게나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프로야구 선수에게 신체조건이 그렇다. 단점이라 비관하고 지레 포기하면 결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주어진 것들을 조개 속 진주처럼 내 안에 받아들여 빛나는 보석으로 품어내는 능력.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는 비단 야구 뿐 만이 아니다.

'작은 거인' 김지찬이 단신이란 컴플렉스를 장점으로 바꾸며 성인 무대에서 성공스토리를 쓰기 시작했다. 체구가 크지 않은 꿈나무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될 조짐이다.
그라운드에서 악바리 같은 김지찬도 덕아웃으로 들어오면 귀여운 막내선수가 된다.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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