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분석]'테스트+관리' KT 배제성의 청백전 활용법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0-03-31 10:25


2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KT 위즈 선수들이 자체 청백전 경기를 펼쳤다. 선발로 등판한 배제성이 1회 5실점을 기록했다. 이닝을 마치며 아쉬운 미소와 함께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는 배제성.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0.3.25/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예상치 못한 부진이었다.

KT 위즈 배제성은 지난 25일 청백전에서 난타를 당했다. 3이닝 10실점. 14개의 안타를 맞았고, 배정대에겐 만루 홈런까지 내줬다. 지난해 KT 첫 토종 10승 투수 타이틀을 얻었지만, 청백전에서의 부진은 우려를 자아낼 만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배제성의 표정이었다. 자체 청백전이라고 해도 투수에게 안타와 실점은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는 지표. 하지만 배제성은 비슷한 장면에서 살짝 미소를 지을 뿐, 큰 동요 없이 3이닝을 소화했다. 투구를 마친 뒤 더그아웃을 빠져나갈 때도 활기를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날 배제성의 투구에 답이 있었다. 총 75개의 공 중 절반 이상(40개)이 변화구였다. 슬라이더를 21개 던졌고, 커브(11개)와 체인지업(8개)이 뒤를 이었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스프링캠프 기간 공을 들인 체인지업이다. 배제성은 캠프 당시 "지난 시즌에 잘 안됐던 체인지업을 보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직구 같은 포인트로 체인지업을 자신 있게 던져볼 생각"이라며 "팔 스윙을 조금 더 빨리 가져가야 한다. 구속도 좀 더 끌어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체인지업 구속은 최고 132㎞, 최저 127㎞. 직구 최고 구속이 146㎞, 최저 140㎞였다. 주무기인 슬라이더는 134㎞로 무난한 구속을 보였다. 이런 변화구들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의도한 제구나 타이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청백전에서의 난타로 이어진 모양새다. 타 팀과의 승부 이전에 최대한 많은 공을 실험하면서 보완점을 찾아가는 청백전의 의미를 잘 살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강철 감독도 배제성의 이런 모습에 긍정적인 눈치다. 이 감독은 "배제성이 오늘 많은 안타를 맞은 것은 사실이지만 구위는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리 필요성'을 지적했다. 배제성은 지난해 1군 데뷔 후 처음으로 100이닝(131⅔이닝)을 돌파해 피로 누적에 대한 우려가 이어져 왔다.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투구도 중요하지만, 긴 시즌을 치르기 위한 점검과 템포 조절이 지금의 배제성에게 더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배제성은 "팀의 첫 10승 투수 타이틀을 단 것은 정말 기분 좋았지만, 올해도 10승 투수가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순 없다"며 "4~5년은 꾸준하게 활약해야 주변에서 인정해주지 않겠나. 동료들이 도와주지 못할 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에이스라 생각한다. 나도 그런 모습을 꾸준히 보여야 신뢰받는 투수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배제성은 자신과의 약속을 착실히 지켜나가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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