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핫포커스]"S를 던져라" 상전벽해 두산 불펜, 이젠 생존 경쟁이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0-03-25 07:10


코로나19 확산으로 프로야구 시즌 개막이 연기된 가운데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12일 잠실야구장에서 팀 훈련을 진행했다. 박치국이 수비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0.03.12/

두산 베어스 선수단이 20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훈련을 가졌다. 두산 채지선이 훈련에 임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3.20/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굳이 두산 베어스의 약점을 꼽자면 불펜 아닌가?" 라는 외부 평가를 들을 때, 두산의 불펜 투수들은 가장 자존심을 다쳤다.

그만큼 리그 최고의 뎁스를 자랑하는 두산이기에 가능한 평가다. 일단 야수는 내외야 가릴 것 없이 빈 자리가 나지 않는다. 오재일-오재원-최주환-김재호-허경민이 지키는 내야와 김재환-정수빈-박건우로 꽉 차있다. 선발진도 빈틈이 없다. 외국인 투수 2명에 장원준 유희관 이용찬 등 좋은 국내 선발 투수들이 꾸준히 활약을 해줬고, 5선발 자리를 두고 경쟁하던 이영하가 지난 2년사이 크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공백이 채워졌다. 그래서 '굳이' 가장 약한 부분을 꼽자면 불펜이었다.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기복으로 마무리, 필승조 얼굴이 꾸준히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난 1년을 거치는 사이, 상황은 달라졌다. 지금은 가장 경쟁이 심한 포지션이 됐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이적한 이형범이 불펜의 한 축으로 성장했고, 윤명준과 최원준의 안정감이 커졌다는 점도 플러스 요소다. 베테랑 권 혁도 중요할 때마다 힘을 보태고, 마무리를 맡았던 함덕주도 훨씬 철저하게 시즌을 준비해왔다. 부상에서 회복한 김강률도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하며 실전 감각을 회복 중이다. 150㎞을 던지는 신인으로 팬들에게 짧고 굵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곽 빈도 재활 과정을 마치고 차근차근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전반기 내에는 1군 마운드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밸런스 문제로 부진을 겪었던 사이드암 투수 박치국도 올 시즌 설욕을 기대한다.

무엇보다 지난해 마무리캠프와 올해 스프링캠프를 거치면서, 눈에 띄는 20대 초중반 젊은 투수들이 늘어났다. 김태형 감독은 1차 캠프 명단을 추릴 때도 새로운 투수 발굴에 초점을 맞췄다. 정현욱 박종기 박신지 채지선 김민규 등이 주인공이다. 캠프에서부터 꾸준히 좋은 활약을 보인 젊은 투수들은 현재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자체 청백전에서도 계속 등판하고 있다. 가장 최근 경기인 23일 청백전도 백팀 선발 이용찬에 이어 김강률-박치국-김민규 순으로 등판해 6이닝을 채웠고, 청팀도 선발 유희관에 이어 채지선-최원준-박신지가 등판했다. 베테랑 불펜 투수들은 거의 등판하지 않고 페이스를 늦추는 반면, 앞으로 기회를 잡아가야 할 투수들은 지금 청백전이 계속되는 오디션 무대인 셈이다. 김태형 감독도 "불펜 투수들 중에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이 많아 엔트리에 누굴 넣어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라고 이야기 했다.

이들의 생존 전략은 누가, 더 씩씩하게 자신의 공을 던지는 배짱을 보여주냐에 달려 있다. 모든 지도자들이 그렇듯이 김태형 감독 역시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공을 던지는 투수'를 선호한다. 특히 아직 성장해야 할 어린 투수들이라면 더 그렇다. 유망주 투수들에게 끊임없이 "불리한 상황이어도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던져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이 미션을 가장 자신있게 소화하는 투수가 개막 엔트리에도 살아남을 것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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