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핫코멘트]김경문 감독, "오승환, 대표팀 선발 생각하고 있다..실력 뿐 아니라…"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0-03-13 06:00


오키나와 전훈 당시 오승환(왼쪽)과 프리미어12 출전 당시 김경문 감독.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도쿄올림픽에 출전할 대표팀을 이끄는 김경문 감독. 환경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당장 불확실성이 크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여파로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 자체가 불투명 하다. 발원지 중국과 그 영향 속에 확산됐던 한국은 서서히 진정세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지구촌 전 대륙으로 퍼졌다. 특히 유럽이 심각하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사실상 한 국가인 유럽연합 전체로 번지는 건 시간 문제다. 유럽과 교류가 많은 미국도 비상이다. 그동안 느긋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부터 유럽으로부터 오는 관광객을 상대로 한달간 입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 확산 가능성을 부인했던 WHO 사무총장은도 급기야 12일 세계적 대유행, 팬데믹을 인정했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 김경문 감독도 빠른 결단을 내렸다.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미국의 갑작스러운 입국 제한 조치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당초 17일로 예정했던 미국 입국을 나흘 앞당겼다. 13일에 미국으로 떠나 22일 부터 26일까지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리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최종 예선전 참관하고 상대팀 전력분석을 한 뒤 돌아올 예정이다.

당초 김 감독은 미국에 이어 대만을 잇달아 방문할 예정이었다. 도쿄올림픽 야구 종목 출전국 중 이미 4개 팀이 확정된 가운데 남은 두 자리가 미국과 대만에서 각각 확정될 예정이었기 때문.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4월 대만에서 열릴 WBSC 올림픽 최종예선이 6월17일로 연기되면서 일정이 꼬였다.

대표팀 후보 선수 파악도 늦어지고 있다. KBO는 아직 개막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개막이 늦어질 수록 김 감독으로서는 대표팀에 선발할 선수들을 체크할 물리적 시간이 줄어든다. 도쿄 올림픽 무산설까지 돌면서 당장 국내 리그 준비도 힘겨운 선수들의 의욕 저하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김경문 감독은 "불확실성이 크지만 일단 모든 것들이 예정대로 치러진다는 생각으로 움직여야 하지 않겠느냐"며 철저한 준비를 다짐했다.

KBO 기술위원회는 12일 오전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회의를 열어 예비 엔트리 명단을 추렸다. 약 120명 규모. 각 구단 주축 선수가 거의 다 망라된 셈이다. 향후 2차 엔트리와 최종 엔트리 모두 이 풀 안에서 뽑아야 한다. 당연히 출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선수라면 무조건 담을 수 밖에 없다.


선수단 구성은 지난 해 프리미어19 때를 기본으로 하되 어느 정도 변화가 있을 전망. 당장 선발진은 출혈이 불가피 하다. 양현종(KIA 타이거즈)과 함께 대표팀 좌완 원-투 펀치였던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올림픽 출전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NC 다이노스 좌완 구창모가 부상에서 회복해 돌아오지만 김광현의 존재감을 대체할 만한 토종 선발 투수를 찾기는 어렵다. 뉴 에이스로 떠오른 우완 이영하(두산 베어스)의 약진과 뉴 에이스 발굴이 절실하다. 가뜩이나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서 빠진 각국 선수들이 출전할 공산이 커지면서 미국 대표팀 등은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상비군 연습 경기 중 덕아웃에 나란히 서있는 김경문 감독(오른쪽에서 두번째) 과 오승환.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여러 힘든 상황 속에 그나마 믿을 건 불펜진이다. 만능키 조상우(키움 히어로즈)가 건재하고, 신인급이던 고우석(LG 트윈스) 하재훈(SK 와이번스)이 국제 무대 경험을 쌓았다.

무엇보다 든든한 히든 카드가 있다. 일본과 미국 무대를 평정하고 돌아온 끝판왕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다. 세월이 흘렀지만 포스는 여전하다. 지난해 말 팔꿈치 수술을 통해 통증 없는 무쇠팔을 되찾았다. 겨우내 개인훈련 등 준비도 철저히 했다. 등판 가능한 자신의 시즌 시작이 두달이나 남았지만 벌써 실전등판이 가능한 상태다. 오키나와 캠프 LG와의 연습경기에서는 60~70%의 힘만으로도 벌써 최고 147㎞를 찍었다. 과묵한 돌부처 입에서 "생갭다 페이스가 괜찮은 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김 감독은 "대표팀 보강카드를 꼽는다면 오승환이다. 아프지만 않으면 (선발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오승환을 뽑고 싶은 이유는 비단 실력 만이 아니다.

대표팀 젊은 투수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김 감독은 "대표팀 선수들이 점점 어려지고 있는 가운데 승환이 처럼 위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유의 카리스마에 국내 복귀 후 미소를 늘리며 후배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있는 큰 형님 리더십. 여러 어려움에 처한 대표팀에 물심양면으로 힘을 보탤 카드가 바로 오승환이다.

김경문 감독의 구상을 전해 들은 오승환은 "제가 과연 (대표팀에 뽑힐) 실력이 될 지 모르겠다"고 겸손해 하면서도 "말씀 만이라도 너무나 감사한 일"이라며 화답했다.

과연 오승환이 도쿄올림픽 대표팀의 든든한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게 될까. 시즌과 마찬가지로 젊은 후배들과의 선의의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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