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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타운(호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솔직히 미국에 갔던 것 자체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데요. 나를 붙잡던 감독님, 코치님들이 생각나서 뼈저리게 후회했었어요."
야구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병역을 해결하고, 다시 기회를 노렸다. 그렇게 돌고 돌아 LG에 입단하게 됐다. LG 류중일 감독은 이번 호주 캠프에서 손호영을 눈여겨보고 있다. 연습 타격때는 옆에서 밀착 마크하며, 타격폼에 대한 조건도 많이 해준다. 그는 "이렇게 감독님, 코치님들의 관심을 받는 게 너무 행복하다"며 웃었다. 굴곡 있었던 야구 인생을 짐작케 하는 한마디였다.
-첫 스프링캠프를 해보니 어떤가.
-누구랑 가장 빠르게 친해졌나.
94년생 동갑들이다. 룸메이트인 (한)석현이랑 금방 친해졌고, (한)선태도 워낙 항상 웃고 다녀서 빨리 친해졌다. 내가 아직 신인이다보니 잘 모르는 게 많아서 친구들에게 많이 물어본다. 하나하나 다 물어보니까 이제 조금 귀찮아하는 것 같다. (웃음)
-독특한 이력으로 주목 받았다. 미국 생활을 돌아보면 어떤가.
후회스러웠다. 처음에는. 미국에서 케어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날 잡아줬던 홍익대 장채근 감독님과 코치들에게 감사하다는걸 그때 느꼈다.
-미국에 갔던 것을 후회하는건가.
그건 아니다. 당시 나는 야구 그만두겠다며 1학년을 자퇴한 상태였다. 그 이후에 컵스 오퍼가 왔었다. 미국에 가서는 좋았던 기억이 더 많다. 처음에는 대화가 안되니까 힘들었지만, 좋은 것을 많이 배웠다. 다만 대학교때 감독님이 날 좋아해주셔서 기회도 많이 주셨었는데 그렇게 나와서 미국으로 갔다. 그렇게 날 잡아줬던 감독, 코치님들이 감사했다는 것을 미국에 가서 깨달았다.
-마이너리그에서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잘하는 선수들이 워낙 많았다. 열심히 반짝 했다가 안되면 놔버리고, 다시 하고의 반복이니 힘들었던 것 같다. 의지할 사람도 없었으니까. 물론 어리기도 했고, 스스로 하는 건 익숙치 않아 어려웠다. 그래도 눈물 젖은 빵까지는 아니었다. 즐거웠던 기억도 많다. 빵도 맛있었고. (웃음)
-컵스에서 나온 이유는.
방출이었다. 어깨가 아파서 투수로 전향했었다. 구속이 잘나와 교육리그까지 갔다. 투수를 제대로 해봐야겠다 싶었는데 준비가 안돼서 그런지 어깨 부상이 왔다. 수술 후에 재활하고 캠프에 돌아갔더니, 컵스는 투수 유망주가 많아서 그런지 방출 통보를 하더라. 그대로 한국에 돌아왔다. 오자마자 곧바로 군대를 자원했다. 야구를 다시 하고 싶었다. 최대한 빨리 신인 드래프트에 나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목표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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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안에서도 많이 했다. 지금 KIA에 있는 민경남이 군대 후임으로 들어와서 둘이 맨날 야구 연습하고, 야구 이야기 했다. 군대에서도 시간을 만들면 야구할 시간이 생긴다. 기술 훈련을 하지는 못해도, 야구 생각을 계속 한다는 자체로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제대하고 나서는 학교(홍익대)에 가서 운동을 하기도 했다. 근데 민폐인 것 같았다. 나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방해를 받으면 안되니까 학교는 더이상 가지 않았다. 고등학교때 감독님이 연천 미라클에 계셔서 전역 하자마자 곧바로 미라클로 갔다.
-컵스 마이너 시절, 하재훈(SK)과 친분이 있다고.
친하다고 하면 형이 싫어하려나.(웃음) 팀 동료고, 룸메이트라 재훈이형이랑 친했다. 작년초에 제대하고 나니까 도구가 없어서 재훈이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파이크조차 없었다. 형에게 전화하니 인천 구장으로 오라길래, 가서 스파이크 2켤레와 장갑 3켤레를 받아왔다. 형이 투수로 바꿔서 방망이는 못얻어 자비로 샀다.(웃음) 고마운 형이다. 재훈이형은 마이너리그에서도 워낙 잘했다. 힘도 미국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고, 어깨도 안밀렸다. 언젠가 성공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이 잘돼서 부럽고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다.
-해외파 트라이아웃 이후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지명받을 것이라는 예감이 왔나.
예전에 '예상 못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솔직히 예감이 들었다. 계약금이 없으니 어느 한 곳이라도 나를 부담없이 영입하려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웃음) 항상 지명받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부모님도 더이상 백수가 아니라 직장이 생겼으니 좋아하신다.
-류중일 감독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수비도 좋고, 가지고 있는 기량을 칭찬했는데.
감사드린다. 계속 봐주셨으면 좋겠다. 솔직히 이제는 타격 연습할때 감독님이 나를 안보시면 섭섭하다.(웃음) 감독님이 다른 연습 구장에 계시면 언제 오시나 쳐다보게 되고. 유지현 수석코치님께도 조언을 많이 듣고 있다. 예전엔 몰랐다가, 이렇게 관심을 받으며 배우니 좋다. 힘들어도 하나라도 더 하고 싶고, 하나라도 더 배우고싶다.
-현재 어느 포지션을 주로 연습하나. 가장 자신있는 포지션은?
지금은 코치님이 시키시는대로 다 하고 있다. 유격수, 3루, 2루 전부 한다. 가장 자신있는 포지션은 어릴 때부터 해온 유격수다. 하지만 팀 상황에 따라 다른 포지션도 언제든 할 수 있게끔 준비를 하고 있다.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한 관건은 결국 타격이다. 목표가 있다면.
감독님이 많이 고쳐주셔서 잘되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계속 연습할거다. 마음에 들때까지 할 생각이다. 지금은 일단 2차 캠프에 가는 것이 목표다. 2차 캠프에 가게 되면 시범경기에 가는 것이 목표고, 그 후에는 개막 엔트리에 드는 것이 목표다. 최대한 오래 살아남는 것이 목표다.
블랙타운(호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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