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캠프인터뷰]성숙해진 NC 김태군 "이제 내겐 매일 1경기 뿐이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0-02-10 08:35 | 최종수정 2020-02-11 05:00


◇투손(미국 애리조나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투손(미국 애리조나주)=박상경 기자]"그게 명언이 됐나요?(웃음)"

NC 다이노스 김태군은 스프링캠프 출국 전 인터뷰에서 "저 쉽게 안 죽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군 제대 후 FA 자격을 취득했으나, NC와의 재계약에 도달하기까지 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애초 기대보다 낮은 4년 총액 9억원에 사인한 그가 새 시즌 양의지 뿐만 아니라 김형준, 정범모와의 경쟁을 제대로 이겨낼 지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김태군은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차려진 NC의 스프링캠프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고 있다.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마음고생을 털어내고 동료들과 호흡하며 새 시즌을 맞이하는 기분을 만끽하는 모습. 치열한 경쟁에도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을 실천하는 모습이었다.

김태군은 "지금 내 위치에 빨리 적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전 양의지를 뒷받침하는 백업의 역할을 강조한 것. 김태군은 "재계약 문제로 훈련량이 부족한 것 아닌지 많은 이들이 걱정해줬다. 감독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시더라"며 "내 할 일(운동)은 꾸준히 해왔다. 컨디션 문제는 걱정 없다"고 했다. 이어 "군 입대 후 시간이 흘렀고, 투수들도 많이 바뀌었다. 신인 같은 느낌도 든다"고 웃었다. 또 "일각에선 내가 군대를 가서 손해를 봤다고 하는데, 절대 헛되지 않은 시간이었다"며 "지금의 상황도 하늘에서 내게 '아직 멀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지금 내가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집중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소 고맙다는 말을 잘 못하는데 군 시절 많이 도와준 모창민, 박석민에게 이 기회를 빌어 인사를 전하고 싶다. 여러모로 많이 도와줬다"고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백업'이라는 새로운 위치에 김태군은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그는 "나는 이제 기회가 주어질 한 경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주전은 호흡이 길지만, 백업은 한 경기가 전부다. 그게 내 위치"라며 "입대 전엔 144경기 전체를 보고 준비했다면, 지금 내겐 한 경기에 대한 준비가 우선"이라며 "긴 호흡을 위해 아껴뒀던 퍼포먼스를 한 경기에 모두 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비에 비해 부족했던 타격 역량 평가를 두고는 "잘 아는 부분이다. 변명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매 경기 최선을 다 하다 보면 다른 부분도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양의지의 존재감 탓에 가려진다는 평가에 대해선 "(양)의지형 뒤에 거론되는 것 만으로도 기분 좋다. 몸값부터 다르지 않나"라고 웃은 뒤 "의지형은 어릴 때부터 나를 많이 챙겨주던 선배였다. 어릴 때부터 현장에서 부딪쳐 온 포수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좋은 본보기였다"고 말했다.

김태군을 향한 시선은 여전히 엇갈린다. 풍부한 경험과 탁월한 수비 능력으로 NC 포수 뎁스를 탄탄하게 할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양의지 뿐만 아니라 무섭게 성장한 김형준의 그림자에도 가릴 것이라는 부정의 시선이 공존한다. FA 자격 취득 뒤 길어진 협상 과정과 결과에 대한 설왕설래도 뒤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김태군은 "'선수 김태군'과 '인간 김태군'은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모두가 TV에 비치는 '선수 김태군'을 이야기 하지만, '인간 김태군'은 그런 부분에 개의치 않는다. '선수 김태군'을 보는 이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권리고, 탓하고 싶지 않다"며 "평가는 겸허히 받아들일 뿐, 나는 내 할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주변에선 '제대 후 성숙해졌다'고 하는데 스토브리그 거치면서 내 위치를 알겠더라"며 "동료들은 '인간 김태군'을 잘 알기 때문에 굳이 '선수 김태군'만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을 바꾸려 하고 싶진 않다. 경기장서 드러나는 것으로 평가 받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긴 터널을 빠져나온 김태군의 눈은 새 시즌 성공에 맞춰져 있다. 김태군은 "쉽지 않은 2020년을 맞이하게 된 것 같다. 분명히 내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며 "내가 어떻게 살아남고 버텼는지 곁에서 보는 이들은 알 것이다. 밑바닥부터 시작했기에 더 내려갈 곳도 없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투손(미국 애리조나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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