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구치→오승환→마이콜라스→김광현, 亞야구에 대한 STL의 긍정적 시선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0-01-07 05:10


STL 입단식의 김광현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당초 김광현 영입의 선두주자는 아니었다.

다른 팀과 협상중 불쑥 끼어든 후발주자였지만 가장 확실하고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김광현의 에이전트로 성공적 딜을 성사시킨 김현수 대표는 계약 후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1월 초로 포스팅 기간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연말이 다가올수록 빠른 딜이 필요했다. 자칫 크리스마스 연휴에 들어가게 되면 시간은 우리에게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다른 구단과의 협상을 중단하고 세인트루이스에 집중한 이유"라고 배경을 밝혔다.

실제 세인트루이스는 예상보다 꽤 좋은 조건을 김광현에 안겼다. 2년 총액 800만 달러에 매년 25경기를 선발로 뛰면 100만 달러씩 더 받을 수 있다. 옵션을 채우면 2년 1000만 달러라는 훌륭한 딜이 되는 셈이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는 빅리그 보장 계약이란 점도 인상적이었다.

대체 세인트루이스는 왜 김광현에게 이런 후한 거래를 선뜻 제안한 것일까. 가장 중요한 사실은 팀 내 좌완 선발의 부족이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 등 동양 야구에 대한 세인트루이스의 긍정적인 시선도 속전속결에 영향을 미쳤다.

MLB 트레이드 루머스가 7일(한국시각) 이 같은 분위기를 설명했다. 매체는 '카디널스는 다구치 소, 오승환, 마일스 미콜라스 등 몇몇 동아시아 출신 선수들을 통해 성공적인 경험을 했다'며 '그들은 KBO리그 SK와이번스에서 12시즌 동안 통산 3.2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좌완 김광현과 2년 800만 달러에 계약을 하면서 흡사한 성공을 발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양야구 출신에 대한 좋은 기억이 김광현과의 계약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일본 오릭스 출신 외야수 다구치는 2002년 부터 2007년까지 6년간 세인트루이스에서 전천후 외야수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2004년 3년만에 빅리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그는 2006년 뉴욕 메츠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빌리 와그너로부터 결승홈런을 날리는 등 팀 우승에 일조했다.


세인트루이스 시절 오승환. 연합뉴스

2006년 디트로이트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승리한 뒤 아들을 안고 있는 다구치 소. AP연합뉴스

'끝판왕' 오승환의 첫 메이저리그 팀도 바로 세인트루이스였다. 일본 한신에서 2년 뛴 뒤 2016년 세인트루이스로 이적해 2년 간 핵심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2016년 76경기에서 6승3패, 19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1.92. 이듬해인 2017년에는 62경기에 출전, 1승6패, 20세이브, 7홀드, 4.10을 기록했다. 같은 한국 선수라는 점에서 오승환의 당시 활약은 김광현의 빅리그 진출의 직접적인 교두보가 됐다.

마일스 마이콜라스의 반전 활약도 세인트루이스의 동양야구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강화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별 볼 일 없던 투수였던 우완 마이콜라스는 2015년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에 진출한 뒤 특급투수로 변신해 맹활약했다. 일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2018년 세인트루이스와 2년 1550만 달러에 계약하며 메이저리그로 복귀했다. 빅리그 무명 출신이라 팬들 사이에 큰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마이콜라스는 올스타에 선정되는 맹활약 속에 32경기에서 18승4패, 2.83의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며 세인트루이스를 활짝 웃게했다. 세인트루이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넝쿨째 굴러온 복덩이였던 셈이었다.

세인트루이스는 김광현에게서 또 한번의 아시아 출신 복덩이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2016년 이후 뚝 끊긴 팀의 좌완 선발 계보를 이어줄 후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일본야구에서 복귀한 뒤 에이스급 활약을 펼친 마이콜라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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