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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ML 열풍 그림자' 우리는 제 2의 류현진, 김광현을 보고싶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0-01-04 15:36


류현진. 연합뉴스AP

김광현. 연합뉴스AP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국가 전체가 휘청이던 IMF 시절, 모두가 어렵던 때지만 지방 소도시에서도 LA 다저스 로고가 새겨진 모자, 귀마개, 목도리를 한 어린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당시 다저스에서 활약하던 '코리안특급' 박찬호를 시작으로 자랑스러운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활약상이 이어졌다. 김병현 서재응 최희섭 김선우 등 아마추어에서 이름을 날리던 스타 선수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메이저리그 관중들에게 박수를 받는 감격적인 장면도 볼 수 있었다. 한국 선수들이 세계 최고들만 뛴다는 메이저리그에서 얼굴을 비추는 그 자체로 국민들에게 자부심이 됐던 시절이다.

이제는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야구에 대한 평가가 그때보다 평균적으로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KBO리그를 대표하던 '괴물 투수' 류현진이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렸고, 이후 윤석민, 강정호, 박병호, 김현수, 황재균 또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뛰던 이대호와 오승환까지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후 몇몇 선수들이 KBO리그에 돌아오고, 은퇴를 택한 선수도 있지만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2번 도전 끝에 이번 겨울 드디어 김광현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하며 꿈을 이룰 수 있게 됐고, 양현종이나 나성범, 김하성 같은 또다른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부푼 꿈을 키우는 중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ML 도전 열풍'은 아마 앞으로도 사그라들지는 않고, 미약하게라도 꾸준히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예전에는 추신수나 최지만처럼 아마추어때 스카웃을 받아 계약하고, 마이너리그부터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는 것이 입성 방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KBO리그를 거쳐 프로 세계에서 인정을 받은 후 도전하기를 선호한다. 몸과 마음 그리고 기량이 어느정도 준비된 상황에서 대우를 받으며 해외 진출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고교야구에서 주목받는 선수들도 대부분 KBO리그 데뷔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실력이 빼어난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또 꾸준히 모범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모두가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남아있는 자들에게는 또다른 과제가 있다. 바로 그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일이다. 몇년전 류현진을 필두로 '스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미국 진출 열풍이 분 이후, KBO리그는 확실히 열기가 사그라들었다. 당시 해외 진출을 꿈꾸던 선수들은 대부분 2008년 이후 10여년간 지속됐던 KBO리그 르네상스 호황기를 호령하던 스타들이다. 문제는 이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 자리를 대체할만 한 스타들이 자라지 못했다는 점이다.

최근 거듭된 국내프로야구 흥행 부진을 두고 여러 이야기들이 나온다. 지나친 타고투저가 경기 수준을 하락시켰다는 이야기도 있고, 경기장 밖에서 터진 악재들이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도 있다. 몸값 거품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스타 플레이어'의 부재다. 지금도 7억, 8억, 10억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많다. 그러나 10년전 리그를 대표하던 선수들은 이제 조금씩 전성기를 비껴가고 있고, 20살 류현진, 21살 김광현, 22살 윤석민과 맞먹는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의 숫자는 급격히 줄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야수쪽 이정후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그와중에 유일하게 모든 야구팬이 '일심'이 될 수 있는 대표팀까지 잡음이 계속 나오면서 삐걱거렸다. 직격탄이나 다름 없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2007년까지 KBO리그는 분명 암흑의 시기를 겪었다. 그러다 2008년 올림픽 특수를 누린 이후 당분간 안정기가 지속되면서, '그때 그 시절'을 잊은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다음 세대 스타를 키우지 못한 것은 특정인의 잘못은 아니다. 리그 전체가 통감해야 할 부분이다. 2019시즌 관중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진짜 위기를 겪으면서 KBO와 구단들은 어느때보다 진지하게 위기 의식에 공감했다. 각종 규정을 손보고, 앞으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겠다는 의도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런 장치들로 위기를 타파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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