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실종된 사직구장 논의, 올해도 '선거용 양념' 전락?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0-01-03 06:02


◇부산 사직구장.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있던 2018년 5월 31일 본지는 '사직구장 미래, 부산시장 후보에 물었다'를 통해 당시 후보자였던 오거돈 현 부산시장의 비전을 전했다. 당시 오 시장은 노후화된 사직구장의 대안에 대해 "개폐형 돔구장은 입지, 재원 조달 계획이 수립되지 못해 당장 실현이 어렵다. 국비, 시비, 민자 유치 등 1800억원의 예산을 토대로 개방형으로 조속한 재건축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민자유치와 투자비 회수, 운영비 조달의 면밀한 검토, 북항 재개발, 2030 엑스포 시설 활용과 연계해 입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꽤 구체적인 방안도 내놓았다. 또한 "롯데 경기는 저녁 식사, 차량 이동 중에도 챙길 정도다. 매년 바쁘지 않은 휴일 한두 차례 가족들과 사직구장에 '직관'을 갔다. 최근 한 팬이 '부산을 살리는 4번 타자가 돼 달라'고 말해준 게 기억에 남는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기대가 커졌다.

선거 그 이후, 1년 반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다. 하지만 오 시장의 약속 이행은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그가 후보 시절 내놓았고, 현재 추진 중인 5대 공약 안에 사직구장 이슈는 빠져 있다. 사직구장은 10년 넘게 이어진 '선거용 양념'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직구장 '세입자'인 롯데 자이언츠와 '주인' 부산시의 교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부산시는 오 시장 체제로 전환한 뒤 시정 검토 과정에서 사직구장을 점검했다. 그러나 원론적 수준의 의견 교환에 그쳤을 뿐, 가시적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동력이 사라진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사직구장 이슈가 가장 뜨거웠던 시기는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 까지였다. 당시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 체제의 롯데가 가을야구 진출 및 KBO리그 한 시즌 최다 관중 동원 등 흥행몰이 중이었다. 2017년 롯데가 마지막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한 뒤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다시금 불씨가 살아나는 듯 했지만, 2018시즌 5강 진입 실패에 이어 지난해 꼴찌로 곤두박질치면서 야구 열기는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 시정을 움직이는 여론의 관심이 멀어지자, 다른 지역 이슈들에 치일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해 창원NC파크 개장, 허태정 시장의 대전구장 신축 공약 이행 이슈가 불거지면서 사직구장을 향한 눈길이 잠시 쏠렸지만, 롯데의 성적 부진 속에 흐지부지됐다.

올해 사직구장 이슈는 총선(제21대 국회의원선거)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철마다 반복됐던 '구도 부산 자존심 회복', '원도심 회생' 등을 부르짖으며 사직구장 이슈를 끌어들이려는 각 후보자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스토브리그부터 이슈몰이를 했던 롯데가 개막 시리즈 호성적을 이어가고, 열기가 달아오른다면 충분히 그려볼 만한 그림이다.

올 시즌에도 KBO리그 선수들은 일찍이 수명을 다한 채 '땜질 처방'이라는 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사직구장에서 부상 위험을 무릅쓴 채 경기를 치러야 한다. 지난해 KT 위즈 강백호가 파울 타구를 잡으려다 펜스에 부딪쳐 손바닥이 찢어졌던 것과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반복될 수도 있다. 당시 사직구장의 주인이었던 부산시의 대책은 체육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들이 10여분 간 그라운드를 돌아본 게 전부였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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