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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코치 새출발' 롯데 문규현 "영원히 못잊을 팬성원, 감사한 마음 뿐"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9-10-15 02:42 | 최종수정 2019-10-15 07:00


◇롯데 문규현.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시원섭섭하네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문규현(36·롯데 자이언츠)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복잡한 감정을 막 정리한 뒤의 여운까지 숨길 순 없었다.

문규현은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새 시즌부터 롯데 2군 코치직을 맡게 된다. 14일 본지 인터뷰에 응한 문규현은 "현역 생활을 더 이어가고자 하는 생각도 했지만, 일찍 지도자의 길을 시작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어깨 수술을 받는 등 현역 생활에 대한 의지가 컸던만큼 그라운드를 떠나는 결정이 쉽진 않았다. 그는 "고민이 컸다. (재기를 이뤄내지 못한 것은) 스스로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래를 볼 때 이것이 더 바람직한 길이 아닌가 싶었다"며 "마침 구단에서도 좋은 제의(코치직)를 해주셔서 고민 끝에 가족과 상의해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문규현은 "(은퇴 결정 뒤) 가족들이 많이 힘들어 했다. 아내는 '왜 그러느냐'는 말도 하더라"며 "그 모습을 보니 내가 더 현명하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 같더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뒷바라지를 해준 아내에게 가장 미안하다. 지금은 아내가 마음을 좀 추스른 듯 하다. 최근엔 '많이 배우고 공부해서 선수들에게 좋은 코치가 되라'는 응원을 해주고 있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17년 동안 롯데 유니폼을 입은 문규현에게 '프렌차이즈'라는 단어는 어색하지 않다. 돋보이진 않지만 성실한 플레이와 선후배, 동료를 아우르는 성품 등 오랜 기간 한 팀에 머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때때로 나온 아쉬운 플레이와 부진한 팀 성적이 겹쳐 많은 비난을 받았던 시절도 있었다. 문규현은 좋은 추억만 간직한 모습이다. 그는 "아무래도 이틀 연속 끝내기 기록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 지난해 (5강 경쟁팀인) KIA와 승률이 같아지는 승리가 된 끝내기 안타도 생각한다. 내 수비로 인해 팀이 지거나 데미지를 입었던 기억이 아쉽고 팬들께 가장 죄송한 부분"이라며 "때때로 비난도 받았지만, 열광적인 응원과 박수를 보내준 팬들이 더 많았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 뿐이다. 이제는 그런 기억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자 인생의 첫 발도 롯데에서 뗀다. 새 시즌부터 롯데 2군에서 코치직을 맡는 문규현은 새롭게 부임하는 래리 서튼 감독 밑에서 육성 프로젝트에 힘을 보태는 중책을 맡는다. 메이저리그식 최신 장비를 새롭게 갖춘 팀에서 외국인 지도자들과 함께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는 경험은 '초보 코치'에게 쉽게 얻을 수 없는 기회임에 분명하다. 문규현은 "미국 야구에 관심이 컸는데 좋은 감독님이 오셔서 배울 점이 많을 것 같고 기대도 크다"며 "상동에 여러가지 새로운 장비들이 들어왔는데 선수들 입장에선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 역시 이런 장비들을 활용해 선수들을 효율적으로 지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른 코치님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계실 것"이라며 "후배들에게 편안한 코치가 되고 싶다. 특히 소통을 잘 하고 싶다. 선수들의 의견을 경청하는데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더불어 기본기를 잘 잡아줄 수 있는 코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짧지 않았던 현역 생활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현역 시절 못다 피운 꽃을 지도자로 완성하겠다는 문규현의 의지 만큼은 강렬하다. 문규현은 "출근 첫 날 (현역 때처럼) 농군 패션으로 그라운드에 나섰더니 선수들이 '같이 운동하셔야죠' 하면서 웃더라"며 "롯데가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작게 나마 힘을 보태 팬들께 받은 성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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