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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SC현장인터뷰]19년 LG 유니폼 벗은 이동현 "아빠와 진한 포옹하고 싶었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9-09-29 13:03


LG 이동현이 29일 잠실야구장에서 은퇴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통산 700경기에서 910이닝을 던지며 53승 47패 113홀드 41세이브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하고 있다. 이동현이 아버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09.29/

[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또 한 명의 트윈스 전설이 유니폼을 벗었다.

LG 트윈스 이동현은 지난 8월 22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 등판해 KBO리그 최초로 한 팀에서 700경기에 등판한 투수가 됐다. 이날 경기는 이동현이 현역으로서 나서는 사실상의 마지막 경기였다. 본인이 은퇴를 공식 선언했고, 엔트리에서도 말소됐다. 이동현은 은퇴식, 은퇴경기까지는 예상 못했다고 한다. 오래 뛰었을 뿐 자신이 이룬 것에 비해 과분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LG는 올해 이동현의 은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최근 은퇴식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팬들도 이동현의 마지막 투구 모습을 보기 위해 이날 잠실구장을 가득 메웠다. 아버지 이형두씨가 시구자로 나섰다. 부자는 뜨거운 포옹을 했다. 역대 은퇴식 가운데 가장 스토리 넘치는 장면이 연출됐다. 참으려던 눈물은 자연스러웠다.

경기 전 이동현은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유광점퍼를 입고 쑥스러운 듯 엷은 미소를 지어보인 이동현은 "프랜차이즈 선수로 생각해 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했다.

다음은 이동현과의 일문일답.

-은퇴식을 하게 됐다.

지나가는 선수 이동현이 19년 야구하는 동안 좋은 기자들을 만났고, 좋은 기사로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야구를 좀더 잘했어야 되는데 못하는데도 배려해 주신 구단에도 감사하다.

-간밤에 잠은 잘 잤나.


한잠도 못잤다. 어제부터 신경써서 잠이 안오더라. 선수로서 마지막 오는 잠실구장이라 뜻깊게 생각했는지 와이프와 잠을 많이 설쳤다. 또 하필 감기도 걸리고.

-LG가 가을야구를 하게 됐다.

유광점퍼가 굉장히 무겁고, 그 무거움에 의미를 두고 있다. 동생들(이동현은 후배들을 동생들이라 불렀다)이 내 은퇴를 위해 선물을 준 것 같다. 가을야구를 하게 됐으니 명예롭게 은퇴하는 것이다. 동생들에게 굉장히 고맙게 생각한다. 같이 유광점퍼를 입고 가을야구에 뛰었으면 좋겠지만, 안돼서 아쉽지만, 그래도 박수치는 사람으로서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가장 힘든 시기는 언제였나.

두 번째 수술(2006년) 후 가장 힘들었다. 그뒤 실패를 했을 때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하늘이 도와 좋은 사람을 너무 많이 만나 그분들이 주신 응원과 힘들 덕분에 잘 던져나갈 수 있었다. 존경하는 몇 분들이 전화를 주시면서 힘내라고 격려해준 게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가장 큰 계기였다. LG에 오래 있으면서 차명석 단장님이 코치로 계실 때 나를 믿고 끌어주시고 중요한 순간 등판하게 기회를 주신 게 계기가 된 것 같다.

-타임머신을 타고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가.

2002년이다. 많은 팬분들은 내가 너무 던져 걱정해 주셨다. 김성근 감독님이 저를 그렇게 중요한 자리에 써주셔서 이렇게까지 야구할 수 있었다. 내가 몸관리를 좀더 잘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1이닝, 한 타자라도 더 잡고 잘 막았어야 했다. 그 한 점이 아까웠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조금 더 몸관리를 잘해서 1점이라도 덜 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김성근 감독님이 연락을 주셨다. 한문으로 쓰셔서 못 알아봤는데, 불사조같은 선수가 어린 선수에서 이렇게 (세월이 흘러)은퇴하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하셨다. 문자 후 통화하는데 코끝이 찡했다. 나 때문에 감독님이 많은 지탄을 받으셨을텐데 오늘 연락을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LG의 시즌 100만 관중 기원을 SNS에 남겼는데.

은퇴 경기가 잡히고 나서 글을 남겼다. 은퇴식 할 지는 사실 몰랐다. 개인적으로 700경기 그날이 은퇴식이었다고 생각했다. 은퇴식이란 단어를 생각 못했는데. 날짜가 정해지고 나서 내 SNS 계정에 우리 구단이 10년 연속 100만관중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적었다. 나도 엘지 팬이자 한 선수(이병규)의 팬이었다. 그리고 선수생활을 했다. 팬, 선수, 구단으로서 명예로운 기록이다. 오늘 두산전에 많은 팬들이 오셨고. 내일도 많이 오시면 100만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혹시라도 사인 못 받으신 분 내일 오시면 성심성의껏 해드리겠다.

-SNS 글이 조심스러웠을텐데.

댓글이 참 무서운데 난 그래도 댓글에 대한 상처를 덜 받은 선수였다. 팀의 일원으로서 팬들과 호흡하고 싶었는데, 응원과 질타가 때로는 부담이고 때로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웠다. 커리어에 비하면 떳떳한 성적은 아니지만, 그래도 LG 를 위해서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건 욕이든 응원이든 감사히 받고 떠나는 것이다. 그 글이 본심이고 사랑하는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후회하지는 않는다.

-한 팀에서 700경기 출전 자부심이 있을텐데.

-솔직히 그 자부심 1도 없다. 19년 동안 있으면서 700경기에 나간 것 뿐이고, 누구라도 조금만 열심히 하면 저 이상의 성적은 당연히 나온다. KBO기록이나 국가대표 기록 있는 것도 아니고 많은 팬들이 사랑해주신 선수로 기억에 남을 수 있다면 감사할 뿐이다.

-오늘 시구자로 아버지를 모셨다.

(목메인 목소리로)아버지가 어머니와 어렵게 사셨다. 아버지가 강남쪽에서 일을 하는데 다른 집에서 일을 도와주시고 계시다. 어느 집에 가셨는데 그 집에 제 유니폼이 걸려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아들이 트윈스 이동현이라는 말을 못했다고 하시더라. 어머니가 어디가서 아들 얘기 하지 말라고 창피하다고 하셨단다. 주위에서 아드님 물어보면 이동현이라는 말을 한번도 못했다고 하시더라. 그게 너무 죄송했다. 그동안 부모님이 야구장에 안오셨다. 무섭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해서 안오셨는데, 다른 시구자들과는 다르게 아빠하고 마운드에서 진하게 포옹을 너무 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버지를 시구자로 모셨다. 최근 아빠와 처음으로 성인돼서 소주 한잔 했다. 고맙다, 고생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힘들게 키워주신 아들이 은퇴하는데 부모님은 울지 않으셨으면 한다.

-선수로서 현장을 떠나는 입장에서 한국야구에 관해 한 마디 하면.

그렇게까지 깊게 말할 수 있는 선수는 아닌데, 조심스럽지만 팬들을 굉장히 강조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봤을 때 선수들의 쇼맨십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동생들한테 마운드에서 타석에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표출하라고 얘기하는데, 그런 게 부족해서 열광이 식지 않았을까. 선배들로부터 자신감있는 모습, 프로 선수로서 해야 할 모습을 표현해야 한다고 들었다.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지금 동생들은 앞으로 10년이 아니라 우승할 수 있는 재산이다. 내 조언이 도움될 지 모르지만, 나도 19년 동안 불펜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 충분히 그 친구들도 겪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김대현 정우영 고우석 등 굉장히 실력적으로 잘하고 있고, 잔소리같은 조언에도 고맙게 듣고 실행해줘 너무 감사하다. 그들이 나중에 은퇴하고 '1점만 덜 줬으면' 하는 그런 욕심을 먼저 갖고 후회하지 않는 시즌들을 보내기를 바란다. 멀리서 나마 응원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사장님, 단장님과 구체적으로 얘기한 것은 아직 없다. 물론 단장님이 말씀하셨지만, LG에서 오래동안 프랜차이즈 선수로 있었는데 더 오랜 시간 함께 했으면 한다고 하셨다. 나도 똑같다. 프랜차이즈 선수라는 말이 나에게는 과분한 표현이지만, 뒤에서 후배들을 이끌고 도와주는 숨은 조력자가 지금도 많지만 그들처럼 열심히 서포트해주는 게 내가 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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