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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성민규 롯데 자이언츠 신임 단장이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선수단 상견례를 시작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단장 선임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해준다면.
3주 전 쯤 롯데 구단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관심이 있다'는 의사를 표명한 뒤 대표 이사와 만났고, 열흘 전 면접도 봤다. 단장 선임이 확정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미국식 탱킹이 한국에선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포스트시즌 제도나 트레이드, 드래프트 등 국내 여러가지 여건상 리빌딩이 말처럼 쉽지 않다. 인위적인 리빌딩 대신 리모델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선수들이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좋은 코치진, 선수를 확보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당장 성적이 나지 않더라도 나중에는 계속 이길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 강팀이 되는 팀들을 보면 이런 프로세스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파격적 선임이라는 목소리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부담감은 특별히 없다. 어릴 때부터 항상 다른 이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을 좋아했다. 다만 나이가 어리고 경력이 짧은데다 미국에서 왔기 때문에 건방져 보일수도 있기에 신중히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팀 성적이 최하위인데,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어차피 야구는 프런트, 감독, 코치가 하는게 아니라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좋은 선수를 보강하는게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선 드래프트 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 좋은 FA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부터 9개 구단 선수를 파악하는게 프로세스를 만드는게 그런 첫 걸음이다.
-최근 수 년간 롯데 외국인 선수 보강이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평이 많다. 그래서 이번 선임에 대한 기대감도 큰데.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외국인 선수에 대한 리포트를 드릴 수는 있다. 하지만 변수가 많다. 헤일리(전 삼성 라이온즈)를 예로 들면 스프링캠프 당시 전문가들로부터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시즌 중에는 그러지 못했다. 미국 시절 쌓은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외국인 선수들을 고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내가 왔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 영입이 성공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기는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
-밖에서 본 롯데는 어떤 팀이었나.
야구장 오면 난리나는 팀 아닌가. 최고의 인기, 팬들을 가진 좋은 팀이다. 선수들을 본다면 경남 팜(Farm)에서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왔다. 언제든 충분히 성적 낼 수 있는 팀이라고 본다. 구단 운영 면에서는 이야기하기 조심스런 부분이 있다.
-사직보다 상동 많이 가겠다는 인터뷰가 있던데.
단장이라면 1군 경기를 매일 따라다닐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나는 1군 감독님이 싸울 수있는 최상의 여건을 만들면 된다. 경기는 직접 보거나 TV로도 볼 수 있다. 육성에 왕도는 없다. 하지만 젊은 선수를 매일 경기에 뛰게 하는 것이 육성이 아니다. 마이너리그에선 선수 육성을 위해 선수들이 어떻게 잠을 자야 더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슬립(Sleep) 스페셜리스트를 영입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국내에서 그런 방법들이 통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해보고 데이터를 남기는게 프로세스다. 비싼 FA 선수를 데려와 성적을 낼 수도 있지만,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선수들이 활약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하는게 내 임무라고 본다. 좋은 코치가 있다면 경력이 없더라도 영입해 선수들을 돕게 할 생각이다. 마이너리그에선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는 대학 코치들이 선수 육성에 특화되었다는 이유로 데려오는 경우도 많다. 나도 이런 코치가 있다면 영입할 것이다. 선수가 필요하다면 뭐든 할 것이다.
-자신만의 야구 철학이 있다면.
첫 번째도 프로세스, 두 번째도 프로세스다. 뭐든지 과정이 있어야 한다. 내년 시즌 철학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하지만 프로세스를 만들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144경기 중 72경기를 치르는 사직구장이 우리에게 어떤 구장인지, 어떻게 활용할지를 알아보는 것도 프로세스를 만드는 한 과정이다. KBO리그는 올 시즌 공인구 변화로 OPS(출루율+장타율)가 8푼 정도 떨어졌다. 이런 부분에서 내년 시즌 투수-타자 보강 여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난해처럼 타고투저 시즌이라면 외국인 타자 2명을 뽑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록에 맞춘다면 외국인 투수 두 명을 데려오는데 당연히 유리하다. 상황에 맞게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데이터팀이 그래서 중요하다. 세이버메트릭스 같은 기록은 많다. 하지만 이런 기록을 어떻게 우리 팀에 맞게, 야구인의 시각에 맞게, 야구 만의 언어로 바꿔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래저래 정신이 없을 듯 하다.
사실 어제도 (기장 야구 월드컵에서 일본 대표팀 투수) 사사키 로키를 보기 위해 밤 12시까지 비를 맞고 기다렸다. 마땅한 옷이 없어 부산에서 새로 샀다(웃음).
-새 감독 선임 기준은.
롯데라는 팀이 어떻게 이뤄져 있고 그동안 어떤 선수들이 거쳐갔고, 어떤 감독님이 왔을 때 성적이 났는지를 알아야 한다. 어떤 유형의 감독이 오는게 맞는지 파악하는게 우선이다. 그저 '이 감독 합시다' 말하는 것은 내 프로세스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그동안 롯데가 모기업 간섭을 많이 받아온 부분 때문에 행보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내 철학은 이렇다. 누가 보스인지가 중요하다. 내 월급을 누가 주나. 내 직속 보스는 사장, 회장이다. 하지만 그 말이 사장, 회장 말을 무조건 듣겠다는 것은 아니다. 프로세스를 지킨다면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더라도 보여드릴 근거가 있다. 설득을 못 시킨다면 내 능력 부족이다. 회사에서 오더가 내려오는 것은 당연하다. 내게 월급을 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회사를 설득시킬 수 있는 프로세스를 어떻게 만들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데이터 활용이 새 감독 선임의 기준이 되는 것인가.
그렇진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 내부에서 회의를 시작할 것이다. 우리에게 맞는 야구, 지금까지의 문제점 등을 분석하고 지도자 인터뷰를 해볼 것이다. 우리만의 방향을 정하는게 우선이다. 나는 데이터를 신봉하는 사람이고 컵스에서 승진할 수 있었던 배경도 데이터를 가까이 하는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확률이 높기 때문에 데이터 활용이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감독님의 첫 조건은 선수가 좋아하는 지도자다. 선수들을 잘 컨트롤 하더라도 데이터를 모르는 지도자가 있다면, 데이터 코치를 붙이면 된다.
-대표 이사는 3년 내 우승권 진입을 공약했다.
뭐부터 해야 할지가 굉장히 복잡한게 사실이다. 컵스 시절을 돌아보면, 컵스는 내가 첫 발을 내디딘 이후 3년 동안 주먹구구식 팀이었다. 하지만 테오 앱스타인 단장이 온 뒤 최대한 시간을 줄여가며 프로세스 접목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밤을 새워서라도 최대한 시간을 줄여보도록 할 것이다.
-인적 쇄신 없이 프로세스 도입이 가능하다고 보나.
지금 계신 코치님들이 프로세스를 잘 받아들인다면 교체는 없을 것이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프런트, 코치진도 교육이 필요하고 팀이 이기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뭔가 딱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그저 단장으로 선수단 관리 잘 하겠다가 아니라,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싶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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