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테마기획]①'실패-책임 회피 수단 변질'된 리빌딩, 원인과 해결책은?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9-07-23 05:29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리빌딩. 팀 구성원과 시스템을 새롭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선수들로 정체된 팀 구성에 신예-백업들을 키우거나 영입하면서 새로운 구조를 만들거나, 틀에서 벗어난 선수단 운영을 시도할 때 흔히 쓰이던 단어다.

그런데 최근 KBO리그에서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하위팀들은 성적이 곤두박질 칠 때마다 '리빌딩'을 외친다. 대행 체제로 전환한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 그리고 전년 대비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는 한화 이글스가 그렇다. 이들 모두 시즌 전까진 5강 또는 다크호스로 거론됐던 팀들. 하지만 구단 안팎을 휘감은 '리빌딩'이라는 말은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극대화 하는 중장기적 계획이 아닌, 당장의 부진과 그로 인한 비난을 무마시키기 위한 '면피용 수단'으로 전락했다.

세 팀의 공통적 문제점은 베테랑 활약과 연관이 깊다. KIA와 롯데는 베테랑 위주의 선수 구성을 갖추고 있는 팀. KIA는 2017시즌 우승 멤버들이 주축이 됐고, 롯데는 프랜차이즈 스타와 외부 수혈 FA들이 중심. 이들이 부진한 가운데 빈자리를 메울 젊은 선수들이 태부족이었다. 한화는 수 년 동안 팀의 주축 자원이었던 베테랑들의 입지가 지난해부터 급격히 축소됐고, 올 시즌을 앞두고 FA 계약-이용규 파동 등을 거치며 젊은 선수들이 불가피하게 기회를 얻고 있다.

기대대로 성적이 났다면 리빌딩이라는 단어가 애초에 나오지 않을 팀들이었다. 성적 부진 뒤에야 리빌딩이 뒤따르는 모양새다. 그러나 치밀한 준비와 노력없이 등떠밀리듯 이뤄지는 반강제 리빌딩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급하게 꺼내든 '리빌딩 카드'는 그래서 정치적 의미만 부각될 수밖에 없다. 리빌딩 단어 뒤에 따르는 '가능성을 갖춘 젊은 선수들을 기용해 반등의 토대를 마련하고 미래 주축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설명은 달콤하다. 팬들로 하여금 부진을 거듭하는 팀 현실을 잠시 잊고 장밋빛 청사진을 꿈꾸게 하는 묘약이다. 문제는 이런 신예-백업들을 미래 자원으로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과 구성, 충분한 기회를 보장할 수 있는 계획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최근 거론되는 리빌딩은 외부 비난을 잠시라도 피하기 위한 장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

10팀이 모두 '우승'을 목표로 하는 KBO리그 실정상 '리빌딩'의 근본적 의미를 실현하긴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상-중-하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메이저리그에선 하위팀이 상위팀에 주전을 내주고 다수의 유망주 내지 현금을 얻는 트레이드가 일상화돼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희박한 약팀이 신인 드래프트 때 좋은 선수를 얻기 위해 시즌 운영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탱킹(Tanking)도 이뤄진다. 리빌딩의 순수한 의미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만, 성적-성과가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스몰마켓인 KBO리그에 적용하긴 무리가 있다.

성적-성과-미래를 아우르는 '한국형 리빌딩'도 가능하다. 최근 수 년 동안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두산 베어스, 키움 히어로즈가 좋은 예. 준수한 베테랑 뿐만 아니라 미완의 대기에게 끊임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주전급으로 성장시키는 두산의 '화수분 야구'는 모든 팀들이 부러워하는 시스템이다. 두산 출신 지도자들의 몸값이 급상승한 비결. 재정 문제 탓에 큰손 노릇을 할 수 없는 키움은 적절한 트레이드와 철저한 육성을 바탕으로 모든 팀들이 탐내는 인재의 집합소가 됐다.

리빌딩은 면피가 아닌 철저한 자기반성의 수단이 되야 한다. 올 시즌 하위권으로 추락한, 사실상 실패한 시즌이 된 것을 겸허히 인정하는게 첫 번째 순서다. 출발부터 현재까지 하향 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진단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내-외부 요인을 찾고, 최종 목표인 '우승'에 다가서기까지 뚝심있게 리빌딩 계획을 추진할 수 있는 장치 설정과 노력이 필요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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