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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그가 있고 없고가 큰 차이를 만든다. 돌아온 롯데의 톱타자 민병헌(32). 시쳇말로 '존재감 뿜뿜'이다.
"솔직히 (복귀 앞두고) 부담되더라고요. 언론에서도 제가 돌아온다는 걸 부각시키고, 감독님께서도 따로 당부 말씀을 하셨거든요. 제가 뭐라고…"
충분히 그럴만 했다. 민병헌이 돌아온 지난 24일 사직 LG전. 거짓말 처럼 7연패가 뚝 끊겼다. 2-5로 뒤지던 5회말 무사 1루에 대타로 나와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도루도 하고 안타도 날리고 득점도 했다. 활력을 찾은 팀 타선은 경기 후반 8대5로 뒤집어 승리했다.
5월의 마지막 날, 사직 삼성전은 민병헌의 존재감을 오롯이 드러냈던 경기였다. 경기 전 만난 민병헌은 "이제야 (부러졌던 손이) 아프지 않다"며 환하게 웃었다. '매 경기 안타에 5할을 치고 있다'는 말에 그는 "에이, 단타만 쳤는걸요. 완전 똑딱이에요"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이른 복귀에 다소 무리가 됐던 터. 통증을 털어낸 민병헌은 경기 전 연습 배팅부터 심상치 않은 타구들을 연신 날렸다.
그리고 시작된 경기. 톱타자로 출전한 그는 2-0으로 앞선 2회말 1사 후 볼카운트 2B에서 삼성 선발 백정현의 135㎞ 패스트볼을 거침없는 스윙으로 당겨 사직구장 외야 상단에 꽂았다. 삼성 선발 백정현을 2이닝 만에 강판시킨 카운터블로였다. "유리한 볼카운트라 그냥 시원하게 돌려봤어요." 작심하고 패스트볼을 노려쳤다는 이야기. 그 순간 무엇이 필요한지, 경기 흐름을 제대로 읽은 결과는 성공이었다.
삼성 두번째 투수 김대우가 올라오면서 활발했던 롯데 타선이 식었다. 3,4회 2이닝 연속 삼자범퇴. 3점은 불안한 리드였다.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 민병헌이 있었다. 5회 선두타자로 나선 그는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출루했다. 아수아헤의 짧은 우익수 플라이 때 3루로 냅다 달렸다. 구자욱의 공이 3루수 옆으로 치우치며 세이프. 1사 3루. 손아섭이 친 타구 역시 우익수 구자욱 쪽으로 깊지 않은 플라이가 됐다. 이번에도 민병헌은 주저 없이 홈으로 쇄도했다. 당황한 구자욱의 송구가 또 한번 포수 옆으로 치우쳤다. 강민호가 태그를 시도했으나 민병헌의 손 터치가 빨랐다. 4-0. 민병헌의 발로 만들어낸 천금 같은 득점이었다. 덕아웃에 들어온 손아섭은 통산 700타점을 만들어준 민병헌을 안아주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민병헌은 매 타석마다 배트를 짧게 쥐고 상대 투수를 괴롭힌다. 이날도 짧게 쥔 배트로 장타를 펑펑 날렸다. 경기 후 민병헌에게 '어떻게 배팅 연습도 할 수 없는 손가락 부상 중이었는데 타격감을 유지했느냐'고 물었다. "이제 늙었는지 경기 끝나면 너무 힘들어요"라고 너스레를 떨던 그가 돌연 진지한 표정으로 답한다.
"타격감을 유지했다기 보다는요. 상황이 상황인 만큼 볼 하나에 매우 집중하다 보니 몸은 힘들지만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까 공격할 때 잠깐 잠깐 벤치에서 쉬고, 나가면 집중하고요. 제가 좀 더 많이 살아나가야 공격이 활발해지고, 수비할 때 잡을 수 있는 거 하나라도 잡아줘야 투수들한테 도움이 될 테니까요. 제 조그마한 것들이 도움이 돼야 결국 팀이 잘되는거니까…."
큰 변화는 작은 데서 시작된다. 그 작은 출발은 바로 내 안에 있다. 돌아온 민병헌이 롯데에 간절함을 불어넣고 있다. 그가 있는 롯데는 전혀 다른 자이언츠다.
부산=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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