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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감독은 늘 말을 아끼는 편이었다.
예민한 질문에는 기자들이 먼저 물어야 한두마디 답변은 하되, 시원하지는 않았다. 특히 선수단 기용이나 트레이드, 방출 등 모두가 정확히 이유를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팬 여론이 좋지 않을 때에도 "감독이 부족한 탓"이라 했다. 사적인 자리에서는 몰라도 절대 공개적인 자리에서 속내를 모두 드러내지 않았다.
이제 성적 부진의 핵심으로 비난 받았던 감독은 떠났다. 조계현 단장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올 시즌을 박흥식 감독대행 체제로 마칠 것이라 예고했다. 본격적인 팀 구성 새 틀 짜기는 시즌이 종료한 이후에 한다는 뜻이다. 반대로 해석하면, 이제 남아있는 100경기에서는 전적으로 KIA 선수들의 역량 발휘에 따라 방향이 갈릴 것이다. 기용 시기나 방법에 대해 보호막이 돼줄 사람은 없다. 정글이 된 KIA 선수단에서 누가 어떻게 살아남느냐는 100%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현재 최하위로 추락한 KIA의 경기 내용을 보면 감독이나 코치들도 손 쓸 수 없는 부분이 뚜렷이 보인다. 최소 어느정도 기량과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던 선수들이 전혀 그 최소 수치조차도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피치 못할 부상 선수들을 제외하더라도, 선발과 불펜, 중심 타자들, 베테랑 선수들 모두 마찬가지다. 작년, 재작년과는 전혀 다른 선수처럼 플레이에는 힘이 없고, 오히려 경기 분위기를 뚝뚝 끊는 상황만 반복된다. 개막 초반 어린 선수들, 비주전 선수들을 앞세워 승리할 때 훨씬 분위기가 더 좋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이들에게 한 시즌을 통으로 맡긴다는 것도 힘든 일이다. 결국 핵심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들의 준비 부족 혹은 심리적 불안정이 현재 무기력한 KIA를 지배하는 가장 큰 원흉이다.
야구는 계속돼야 한다. 누군가는 뛰어야 한다. 다만 이제 새로운 판이 깔린만큼 '당연한 기회'를 받을 것이라는 생각은 틀릴 수도 있다. 진짜 옥석가리기는 이제부터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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