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감독 보호막은 없다. KIA 선수단 정글에 놓였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9-05-17 08:28


2019 KBO 리그 KIA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KIA 김기태 감독이 두산을 상대로 5대3 승리를 확정짓고 김선빈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05.09/

김기태 감독은 늘 말을 아끼는 편이었다.

예민한 질문에는 기자들이 먼저 물어야 한두마디 답변은 하되, 시원하지는 않았다. 특히 선수단 기용이나 트레이드, 방출 등 모두가 정확히 이유를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팬 여론이 좋지 않을 때에도 "감독이 부족한 탓"이라 했다. 사적인 자리에서는 몰라도 절대 공개적인 자리에서 속내를 모두 드러내지 않았다.

그동안 김기태 감독은 총알받이나 마찬가지였다. 임창용 방출 논란 이후 팬들의 융단 폭격을 맞으면서 개인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고 속앓이 했지만 한번도 바깥에 이를 티내지 않았다. 과정이야 어쨌든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김기태 감독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다. 보통 감독이 자진 사퇴를 밝히고 나서 마지막 경기를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통 경기가 끝나고 떠나거나, 경기가 없는 날 혹은 비시즌에 확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취재진을 비롯해 관계자들에게 직접 마지막 인사를 하고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경기를 지켜봤다. 분명 선수단에게도 전하고 싶은 무언의 메시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KIA는 힘 없이 마지막 경기까지 졌다.

이제 성적 부진의 핵심으로 비난 받았던 감독은 떠났다. 조계현 단장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올 시즌을 박흥식 감독대행 체제로 마칠 것이라 예고했다. 본격적인 팀 구성 새 틀 짜기는 시즌이 종료한 이후에 한다는 뜻이다. 반대로 해석하면, 이제 남아있는 100경기에서는 전적으로 KIA 선수들의 역량 발휘에 따라 방향이 갈릴 것이다. 기용 시기나 방법에 대해 보호막이 돼줄 사람은 없다. 정글이 된 KIA 선수단에서 누가 어떻게 살아남느냐는 100%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현재 최하위로 추락한 KIA의 경기 내용을 보면 감독이나 코치들도 손 쓸 수 없는 부분이 뚜렷이 보인다. 최소 어느정도 기량과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던 선수들이 전혀 그 최소 수치조차도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피치 못할 부상 선수들을 제외하더라도, 선발과 불펜, 중심 타자들, 베테랑 선수들 모두 마찬가지다. 작년, 재작년과는 전혀 다른 선수처럼 플레이에는 힘이 없고, 오히려 경기 분위기를 뚝뚝 끊는 상황만 반복된다. 개막 초반 어린 선수들, 비주전 선수들을 앞세워 승리할 때 훨씬 분위기가 더 좋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이들에게 한 시즌을 통으로 맡긴다는 것도 힘든 일이다. 결국 핵심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들의 준비 부족 혹은 심리적 불안정이 현재 무기력한 KIA를 지배하는 가장 큰 원흉이다.

야구는 계속돼야 한다. 누군가는 뛰어야 한다. 다만 이제 새로운 판이 깔린만큼 '당연한 기회'를 받을 것이라는 생각은 틀릴 수도 있다. 진짜 옥석가리기는 이제부터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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