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과 구단 사이' 캠프 일정 조정, 현실 가능성은?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9-04-09 07:20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하는 SK(위), LG 선수단. 스포츠조선DB

시즌 초반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이 속출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충분치 않은 스프링캠프 일정과 실전 과정이 줄부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KBO리그 구단들은 지난 2017년부터 스프링캠프 시작일을 2월 1일로 바뀌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KBO)가 연봉이 지급되지 않는 12월, 1월 비활동기간을 준수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스프링캠프 시작 일자가 변동됐다.

기존에는 대부분의 구단들이 1월 15일 전후로 스프링캠프를 떠나 3월초에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했다. 며칠 휴식을 취하고 시범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2월로 출발일이 늦춰지면서 캠프 일정이 상대적으로 짧아졌다. 3월초 귀국 후 거의 휴식 시간 없이 곧바로 시범경기를 치러야 한다. 또 지난해와 올해 국제대회 등을 이유로 프로야구 개막일 자체가 앞당겨지면서 시범경기 일정은 더더욱 단축됐다.

그러나 꾸준히 시즌 초반 주요 선수들의 부상 이탈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도 한화 이글스는 하주석과 이성열, 강경학 등 1군에서 뛰어줘야 할 선수들이 부상으로 현재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고, KIA 타이거즈(이범호 김주찬 김선빈)도 주축 선수들이 줄부상으로 이탈했다. 다른팀들도 생각지 못한 부상이 속출하고 있다. LG 트윈스는 주전 외야수인 이형종이 햄스트링 근육 미세 손상 진단을 받아 앞으로 2주 정도 뛸 수 없는 상황이다.

본인의 부주의보다, 운이 따르지 않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부상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현장에서는 줄부상의 원인을 '준비 부족'에서 찾고 있다. 선수들의 몸 상태가 확실히 올라오기에는 캠프 기간이 짧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달 열린 미디어데이를 앞두고 10개 구단 감독들이 스프링캠프 출발일을 열흘이라도 당기자는 의견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시했고, KBO는 "선수협과 상의해보겠다"고 했다.

캠프 일정 조정은 코칭스태프만 원하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선수들도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이미 대다수의 선수들이 구단 공식 출발 일자보다 앞서서 자진 출국을 하고 있다. 해외 개인 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곧바로 1월 중순~말에 스프링캠프 장소로 출발하는 선수의 숫자가 적지 않다. 보통 이 기간은 공식 훈련일이 아니기 때문에, 구단에서 어차피 지출해야 할 항공료만 지불하고 선수들이 자비로 가게 된다. 물론 비용을 자비로 낸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구단이 예약 등의 편의를 봐줘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스프링캠프가 2월에 시작한지 올해로 3년째인데, 조기 출국하는 선수들의 숫자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현재 정해진 일정으로는 훈련이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곧바로 캠프 일정이 조정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선수협이 3년전 비활동기간 준수를 요청했던 이유는, 지나친 팀 훈련에 대한 피로도와 선수들의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 또 베테랑급 중에 지금처럼 개인 훈련을 충분히 하고 2월부터 시작되는 팀 캠프에서 실전 위주로 감각만 점검하는 것에 만족을 표하는 선수들도 있다.


구단들도 금전적인 면에서는 늦은 캠프 출발이 나쁘지는 않다. 캠프 출발일이 미뤄진 직후에는 구단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막상 시행한 이후에는 여러 관계자들이 "비용 절감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메이저리그처럼 선수들의 비활동 기간 개인 훈련이 익숙하게 진행되면 굳이 조정할 필요가 없다. 미국 선수들은 휴식 기간에 어떻게 개인 훈련을 진행해야할지 학교 다닐 때부터 습득하기 때문에 더 자연스럽다. 이런 이유로 단체 훈련에 익숙한 우리 실정에는 맞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연봉이 적은 선수들, 경험이 많지 않은 저연차 선수들은 더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연 선수협과 구단 사이에 놓인 여러 사안들이 어떤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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