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꽃샘부상, 꽃샘부진..비활동 기간 유지, 이대로 괜찮을까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9-04-04 10:27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2019 KBO 리그 경기가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8회초 무사 만루 두산 중견수 정수빈이 한화 하주석의 타구를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3.24/

잔인한 봄이다. 부상과 부진이 속출한다.

현장을 지휘하는 감독들은 속이 새까맣게 탄다. 이른 개막과 꽃샘 추위 속에 정상 컨디션 유지가 어렵다. 각 팀이 베스트 전력을 가동하지 못하는 현실. 고객인 팬들에게 질 좋은 상품을 내놓지 못한다는 의미다. 실제 시즌 초반부터 '야구 재미없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봄날의 악몽, 무엇이 문제이고 대안은 없을까.

줄부상과 줄부진, 베테랑은 더 힘들다

시즌 개막 전후로 각 팀 주요 선수들이 줄줄이 '꽃샘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NC는 큰 타격을 받았다. 나성범(내복사근) 구창모(내복사근) 크리스티안 베탄코트(햄스트링), 박민우(오른 허벅지)를 잃었다. 한화는 더 심각하다. 하주석이 심각한 부상(십자인대)으로 장기 이탈했고, 승승장구하던 이성열이 팔꿈치 이상으로 이탈한 것도 치명적이다. 최진행(내복사근), 윤규진(어깨)도 없다. KIA도 심각하다. 이범호(햄스트링) 한승혁(내전근) 임기영(왼 늑간근)이 줄줄이 빠져있다. SK 한동민(왼 고관절 관절와순), 두산 최주환(내복사근)도 이탈했다. 키움 박병호와 삼성 이원석도 허리가 썩 좋지 않다.

억지로 뛰고 있는 선수들도 컨디션이 좋을리가 없다. 야간경기는 여전히 춥다. 담요를 덮고 관전해야 할 정도다. 바람이라도 불면 체감기온은 영하에 가깝게 떨어진다. 순간적 움직임이 많은 야구는 추위에 민감하다.

그러다 보니 '꽃샘 부진'도 속출한다. 특히 베테랑 선수들은 컨디셔닝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곧 초반 슬럼프로 이어진다. 롯데 이대호, LG 김현수, KIA 최형우, 키움 박병호, 두산 김재환 등 성적 보증수표들은 길든 짧은 초반 슬럼프를 겪었거나, 겪고 있다.


보증수표 외국인 타자들도 주춤하다. SK 로맥, 삼성 러프, KT 로하스, 한화 호잉 등 효자 용병들이 정상적 타격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SK 등 예상치 못했던 타선의 침묵으로 고민하는 팀들이 부쩍 늘었다.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2019 KBO 리그 경기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5회말 2사 2루 두산 박건우가 kt 김민의 몸쪽투구를 피하다 넘어지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4.03/
이른 개막 + 이상 기온의 역습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충분한 준비 기간이 부족했다. 프리미어12로 개막을 앞당겼다. 역대 가장 이른 개막(3월23일)이었다. 한참 시범경기를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릴 시점에 정규시즌에 돌입했다. 설상가상으로 막판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할 오키나와 캠프는 이상기후로 공치는 날이 많았다. 시범경기 수도 적었다.

실전 부족으로 컨디션 끌어올리기 힘든데 날씨마저 춥다. 근육이 굳는다. 이중고다. 땀을 흘렸다가 식었다를 반복하는 선수들은 정상 컨디션 유지가 어렵다. 감기에 걸릴 확률도 높다. 체온 유지에는 더 많은 체력이 소모된다.

현장을 둘러보면 힘든 기색이 보인다. 조금만 방심하면 다치기 딱 좋은 날씨다.

한 고참 선수는 "선수들은 시즌 개막 후 열흘간이 제일 힘들다. 선수들은, 특히 야수들은 실전에 적응하는 과정이 힘들고, 시즌 초 빨리 타율 등을 적립하려는 욕심들이 있다. 그러다보니 무리하게 되고 부상이 오기 쉽다"고 말했다. 이른 개막과 추위로 몸이 100%가 아닌데 의욕은 넘친다. 생각대로 안 풀리면 조바심은 더 심해진다. 부상으로 이어진다.

지금의 이 문제는 시즌 내내 여파를 미칠 공산이 크다. 현재 잘 하고 있는 선수들도 평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에너지 총량의 법칙 상 여름 승부에서 페이스가 떨어질 공산을 배제할 수 없다. 경기는 많고 선수는 부족하다. 한 여름 승부에서 질 떨어지는 경기가 펼쳐질 우려를 감출 수 없다.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2019 KBO 리그 경기가 2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5회초 1사 2루 kt 장성우의 외야플라이때 3루로 뛰던 2루주자 황재균이 송구에 맞아 괴로워하자 두산 3루수 허경민이 황재균을 다독이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4.02/
비활동 기간 유지, 이대로 괜찮을까.

현장은 아우성이다. 시즌을 늦추자는 볼멘 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LG 류중일 감독은 "날씨가 온난화로 11월, 12월까지도 그렇게 춥지 않은 무난한 날씨가 이어진다. 국제대회를 감안하더라도 굳이 이렇게 일찍 시작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시즌 개막을 일찍 하면서 선수들의 준비 기간이 부족했다.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들고 준비하는 과정이 짧았다"고 하소연 했다.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년에는 도쿄 올림픽이 있다. 시즌 중단이 불가피하다.

이른 개막을 피할 수 없다면 준비과정을 앞당겨야 한다. 역대 가장 빠른 개막을 앞둔 지난 겨울, 전지훈련 시작은 예년과 같았다. 1월 말에야 캠프지로 떠났다. 비 활동 기간 엄수 규정 때문이었다. 각자 개인 훈련을 소화했지만 팀의 체계적 훈련과 같을 수는 없다. 각 팀 사령탑들은 "늦어도 1월20일쯤 출발해야 캠프에 맞는 컨디션을 만들어 2월 초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귀 기울일 필요가 있는 현장의 목소리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상황에 따라 비활동 기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화 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시즌을 열흘 당기면 캠프도 열흘 당겨야 한다. 그래야 모든 준비가 순조롭다. 정해진 기간 동안 무조건 전훈을 시작할 수 없다는 논리는 지나치다. 선수나 구단 양측 모두에 무익한 원칙주의일 뿐이다.

선수의 권익보호. 물론 중요하다. 선수 권익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팬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두달간의 비활동기간 시기를 조정하면 된다. KBS N스포츠 장성호 해설위원은 "비활동기간을 앞당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팀과 선수는 양질의 경기라는 서비스를 고객인 팬들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 현실에 맞는 탄력 조정을 위한 KBO와 구단, 선수협 간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25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수비 훈련을 하고 있는 한화 하주석. 오키나와(일본)=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2.25/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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