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않은 부상속출→'강제육성' 모드, KIA에 무슨일이?

23일 일본 오키나와 킨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KIA 타이거즈 선수단이 스프링캠프 훈련을 펼쳤다.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김기태 감독. 오키나와(일본)=송정헌 기자 [e-mail]

KIA 타이거즈에 부상자가 계속 속출하고 있다.

지난 11일 투수 윤석민(33)이 아픈 어깨를 버티지 못하고 짐을 쌌다. 캠프 12일만이다. 우측어깨와 함께 내전근(허벅지 안쪽) 부상도 안았다.

'핫코너'에도 구멍이 생겼다. 내야수 이범호(38)가 부상으로 중도하차했다. 지난 20일 귀국 전까지 안치홍 최형우 김선빈 김주찬 등과 함께 스타조에 포함돼 야수 훈련 스케줄을 소화하던 이범호는 왼쪽 햄스트링(허벅지 뒷 근육) 부상을 했다. 네 차례 연습경기에 한 번도 출전하지 않았다. 구단 관계자는 "2주 뒤 재검진을 받기로 했다. 다만 2주 뒤 괜찮다는 소견을 받아도 다시 몸을 만들고 실전감각을 끌어올리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23일 개막전 출전이 불투명하다.

젊은 투수 이준영도 부상으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난 18일 히로시마 도요 카프와의 연습경기에서 팀 내 7번째 투수로 8회 등판, 베이스 커버 도중 베이스를 밟다 무릎 부상을 했다.

23일 일본 오키나와 킨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KIA 타이거즈 선수단이 스프링캠프 훈련을 펼쳤다. 롱토스 캐치볼 훈련을 하고 있는 한승혁. 오키나와(일본)=송정헌 기자 [e-mail]

부상 악령은 이어졌다. 27일 또 다시 부상 소식. 150㎞의 빠른 공을 뿌리는 한승혁(26)이다. 구단 관계자는 "한승혁이 오른쪽 내전근 근육통으로 28일 귀국하게 됐다. 국내에서 정밀검진 이후 결과에 따라 향후 스케줄을 짤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석민과 이범호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윤석민의 어깨는 의학적으로 문제를 찾아 재활할 단계는 지났다. 이범호는 2012년 햄스트링 부상 전력이 있다. 재발 우려로 인해 타격 이후 전력질주를 하지 못했다. 다만 한승혁과 이준영의 전력이탈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이미 지난해에도 선발로 뛰었던 한승혁은 새 시즌 4~5선발 경쟁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주던 자원이었다. 이준영은 두 차례 캠프 연습경기 등판에서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코칭스태프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고 있었다.

불안요소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마냥 걱정만 할순 없다. 윤석민은 지난 25일부터 40~50m 롱토스를 시작해 3월부터 하프→불펜→라이브 피칭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준영은 한국에서 정밀검진을 받은 결과 단순 타박이라는 진단을 받으면서 '오진 해프닝'을 겪고 다시 캠프로 돌아왔다. 이범호도 진단소견이 2~3주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시즌 초반에 충분히 돌아올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

23일 일본 오키나와 킨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KIA 타이거즈 선수단이 스프링캠프 훈련을 펼쳤다. 롱토스 캐치볼 훈련을 하고 있는 이준영. 오키나와(일본)=송정헌 기자 [e-mail]

23일 일본 오키나와 킨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KIA 타이거즈 선수단이 스프링캠프 훈련을 펼쳤다. 불펜 피칭을 선보이고 있는 KIA 문경찬. 오키나와(일본)=송정헌 기자 [e-mail]

프로는 냉혹한 세계다. 기회를 잃는 자가 있으면 기회를 얻는 자가 생긴다. 캠프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강제 육성'이 된 모양새인데 2017년 한국시리즈 이후 정체되던 리빌딩이 가속화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말 그대로 젊은 피들에게 기회가 열렸다. 4~5선발 경쟁에선 '괴물 루키' 김기훈(19)과 문경찬(26)이 눈에 띈다. 김기훈은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에게 극찬을 이끌어내면서 중간계투에서 선발 후보로 격상돼 코칭스태프의 집중관리를 받고 있다. 특히 문경찬은 네 차례 연습경기에 등판, 1이닝씩 던져 1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범호 공백을 메울 3루수 경쟁은 4파전이다. '멀티 맨' 최원준 류승현(이상 22) 이창진(28) 그리고 김주형(33)이다. 지난 26일 요코하마와의 연습경기에선 최원준과 류승현이 3루수로 점검받았다. 앞선 연습경기에서 3루수로 가장 많이 나섰던 이창진은 이날 중견수로 투입됐다. 김주형은 2군 대만 캠프에서 이명기 유재신과 함께 이동해 캠프 막판 연습경기에서 강렬한 임팩트를 남겨야 한다.

우려와 달리 캠프 현지 분위기는 크게 가라앉지 않았다. 구단 관계자는 "이미 벌어진 일에 미련을 둘 수 없는 시기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남은 인원들이 잘 이겨내고 있다. 또 2군 캠프에서 선수들이 보강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진회 기자 [e-mail]

23일 일본 오키나와 킨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KIA 타이거즈 선수단이 스프링캠프 훈련을 펼쳤다. 베이스러닝 훈련을 하고 있는 KIA 선수들. 오키나와(일본)=송정헌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