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이 '감독 김경문'에게도 영광의 자리일까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9-01-30 10:11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9.01.28/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9.01.28/

김경문 감독이 야구 대표팀 차기 감독 최우선 순위라는 소문이 나왔을 때, 그를 잘 아는 야구계 인사들은 "수락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만큼 현재 상황에서 대표팀을 이끈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흔히 국가대표팀 감독을 '독이 든 성배'라고 표현한다. 명예롭지만 그만큼 성과에 대한 부담감과 압박이 따르기 때문이다. 잘하면 당연하고, 그렇지 못하면 집중 화살을 맞는다. 원래도 그렇지만 지난해 큰 홍역을 앓으면서 더욱 심해졌다. 선동열 전 감독이 어떻게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는지를 복기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선수 선발 논란이 결국 국정감사장에 선동열 감독과 정운찬 총재가 증인으로 불려가는 굴욕으로 번졌다. 2020 도쿄올림픽을 최종 목표로 준비해오던 선동열 감독은 이런 이유로 총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퇴했다. 지금 시점에서 야구 대표팀 감독은 '독이 든 성배'보다 못한, 명예마저도 지키기 힘든 자리가 됐다.

김경문 감독과 가까운 인사들이 '불응'을 예상한 이유는 단지 이것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 6월 NC 다이노스 사령탑을 그만두면서 현장을 떠난지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도 않았고, 김경문 감독은 평소 당장의 작은 이익보다 자존심과 명예를 중시하는 리더다. 더구나 선동열 감독의 고려대 선배이자 경험 많은 지도자로서, 야구 대표팀 감독의 자존심과 명예가 어떻게 무너졌는지 바깥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더더욱 쉽지 않을거라 봤다.

또 김경문 감독은 쉬는 동안 가까운 후배들이나 야구쪽 지인들과 연락을 거의 하지 않았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거의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제안 거절'을 확신했지만 KBO의 선임 발표 직전 김경문 감독이 고심 끝에 받아들였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다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정운찬 총재나 KBO 입장에서는 김경문 감독이 최상의 카드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야구 대표팀 논란으로 지난 1년 내내 몸살을 앓았고, 특히 정운찬 총재는 선동열 감독 사퇴 과정에서 국감 증인 발언과 한 발 느린 대처로 집중 포화를 지금까지도 맞고있다. 선 감독의 불명예스러운 퇴장이 정운찬 총재의 책임으로 여론이 집중된 와중에 최대한 빠르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인물을 차기 감독으로 확정해야 분위기를 수습할 수 있다. 그리고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재현이라는 목표 설정 아래 김경문 감독이 등장하면 그 모든 여론을 바꿀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대표팀 입성이 '감독 김경문'에게도 잘 된 일인지는 모르겠다. 부담도, 위험 요소도 많다. 과정보다 결과를 최우선으로 중시해야 하는 대표팀이라는 특수성도 있다. 당장 올림픽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는 2008년 베이징 대회를 기준으로 높아져 있는데,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 어쨌든 읍소 끝에 김경문 감독을 '모셔온' KBO는 기술위원회와 힘을 합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감독 선임은 시작일뿐이다. 선동열 감독 부임때도 모든 것은 순조로웠고 여론 역시 긍정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과연 야구 대표팀이 모두에게 영광의 자리가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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