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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약금 몇 십만원이 아깝지 않았어요."
'황금장갑'. 골든글러브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가장 꿈꾸는 상이다.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주전급 선수라도 이 상을 한 번도 받지 못하고 은퇴할 수도 있다.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단 1명(외야수는 3명)에게 주어지는 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올해 프로 입단 10년차가 된 두산 베어스 허경민은 누구보다 간절하게 이 상을 원했다.
특히나 골든글러브는 허경민이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품었던 목표였다. 허경민은 "10살때부터 20년 동안 골든글러브를 타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1%의 가능성이 있더라도 꼭 시상식 현장에 오고 싶었다.
그런데 난관이 하나 생겼다. 바로 골든글러브 시상식 이틀전이던 지난 8일에 결혼을 한 것. 예정대로라면 결혼식을 마친 뒤 곧바로 신혼여행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허경민은 고민을 거듭했다. 참석하느냐, 마느냐. 만약 불참 상태에서 상을 받으면 부친이나 조성환 코치에게 대리수상을 부탁할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바꿨다. 설령 상을 못 타더라도 유력 후보가 된 상황에서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예비신부에게도 밝히고, 양해를 구했다.
예비신부의 허락까지 받은 허경민은 신혼 여행일정을 바꿨다. 그 과정에 몇 십만원 정도의 위약금이 발생했다. 그러나 허경민에게 이 정도의 비용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몇 백 만원이었더라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것이다. 소년 시절부터 꿈꿔왔던 골든글러브 무대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 과감한 선택이 옳았다. 허경민은 10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8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당당히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허경민은 "어릴 적 꿈이 이뤄졌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이 상을 계기로 더 큰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내년에도 또 받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