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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잔류희망 양의지 얼마면 이적을 택할까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8-11-27 13:32


◇두산 베어스 FA 양의지.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11.12/

두산 베어스가 다소 당황한 표정이다. NC 다이노스 때문이다.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는 최근 잇달아 FA 최대어 양의지 영입을 포기했다고 공개 선언했다. 경쟁자가 사라졌다고 안심하던 차에 NC 다이노스가 양의지 쟁탈전에 참전했다. NC 구단 관계자는 양의지 영입 의사에 대해 "전력보강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이 말씀만 드릴 수 있다. 더 이상 언급하면 시장만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돌려 말했다.

양의지는 두산 잔류를 희망하고 있다. 이는 모든 FA가 협상전에 밝히는 원소속팀에 대한 정형화된 예의다. 수도권팀 선수들은 지방으로의 이적을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이적은 생활 터전 전체를 옮기는 것을 뜻한다. 쉽지 않은 선택. 하지만 이적에 대한 보상이 있다. 더 큰 연봉이다. 더 많은 연봉을 제시받으면 선수들은 이적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양의지를 움직이게 할 적정 '플러스 금액'은 얼마일까.

양의지는 명실상부 올시즌 FA 최고 몸값을 받을 것이 확실시 된다. FA의 가장 강력한 협상무기는 '이적 가능성'이다. 팀을 옮기지 못하는 FA는 진정한 FA가 아니다. 양의지는 FA를 선언한 15명 중 이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선수다.

두산의 스탠스는 묘하다. 지난해 김현수, 민병헌을 대할 때보다는 적극적이다. 하지만 몸값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이 달라졌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금액 이야기는 주고받지 않았다. 이번주 두 번째로 만난다. 내부적으로 잡는다는 방침이 섰다고 해도 무한정 돈을 쓸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만약 경쟁팀이 더 큰 오퍼를 한다면 어떻게 되는가라는 물음에 "최대한 노력한 뒤에도 생각이 맞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라고 말했다.

지극히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두산이 생각하는 적정선을 대략 파악할 수 있었다. 두산 관계자는 협상 시작 단계에 대해 시장이 용인할 수 있는 금액을 언급했다. 4년 기준 80억원 선에서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NC 구단은 생갭다 오랜 시간 양의지 영입에 대해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관계자는 스포츠 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꼴찌를 했다. 긴박감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전력 보강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FA시장에서 데려올 선수는 현실적으로 양의지 밖에 없다. 내년 후반기에 제대할 포수 김태군의 존재에 대해선 "좋은 선수이고 성장시켜야할 선수지만 가을에 돌아올 선수만 기다릴 순 없는 상황"이라며 팀사정을 돌려 말했다.

현재로선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미 양의지의 에이전트와는 한 차례 만났다. 양의지 영입을 고민하다 최근 뜻을 접은 A구단 관계자는 "양의지 영입을 고려한다면 4년 100억원 정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FA시장 거품논란이 심각하다고들 하지만 수년간 다른 선수들이 받은 연봉이 있다. 연봉상한제도 무산된 마당에 마지노선 80억원으로 붙잡아 매둘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볼때 NC의 협상 기준은 4년간 100억원 안팎이다.


완전히 같은 금액이면 잔류하겠지만 5% 정도의 금액 차이만 나도 선수들은 이적을 택해왔다. 발표액이 비슷한 경우에도 선수들은 잔류 대신 이적을 택했다. 지난해까지는 FA계약을 둘러싸고 뒷돈, 플러스 옵션, 축소 발표 등 여러 투명하지 못한 계약행태가 존재했다. 이를 기반으로 탄력적인 계약금 확대, 여러 옵션 조정 등으로 이적팀은 더 나은 조건을 암암리에 제시해 왔다.

또 선수를 지키는 입장보다는 빼앗아오는 쪽이 훨씬 적극적이다. 원소속팀은 점진적으로 협상에서 몸값을 올리는데 반해 이적팀은 통 크게 최종 금액을 바로 턱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이 이적 후 이구동성으로 "해당팀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는 말을 반복하는 이유다. B구단 관계자는 "FA를 선수를 데려올 때는 선수의 이적 스트레스에 대한 반대급부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4년전 장원준은 롯데 자이언츠가 88억원을 제시했지만 두산과 84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롯데는 뒤늦게 협상액을 밝혔다. 3년전 SK 와이번스에서 한화로 이적했던 정우람(4년 84억원) 역시 비슷한 금액을 제시했던 SK쪽에서 뒷말이 나왔다. 2년전 삼성 라이온즈도 차우찬(4년 95억원)이 LG 트윈스로 이적하자 협상내용을 흘렸다.

구단의 투자여력이 관건이 되겠지만 '의지'만 놓고보면 수성보다는 공성이 유리했다. 물론 변변한 이적 협상조차 관심 없었던 양현종(KIA 타이거즈)같은 특이 케이스도 있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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