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하지 못한 MVP' 김재환의 눈물, 후회 그리고 자동차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8-11-20 07:00


2018 KBO 시상식이 19일 오후 서울 르메르디앙 호텔에서 열렸다. 시상식에서 KBO리그 MVP를 받은 두산 김재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11.19/

한해 최고 활약을 펼친 최고 선수에게 수여하는 정규시즌 MVP. 딱 한명에게 돌아가는 귀한 상이다. 그러나 생애 첫 MVP를 받은 두산 베어스 김재환(30)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김재환은 19일 서울 르메르디앙호텔에서 열린 KBO(한국야구위원회) 시상식에서, 홈런과 타점 1위 타이틀에 MVP까지 3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그는 기자단 투표에서 888점 만점에 487점을 받았다. 2위 조쉬 린드블럼(367점), 3위 박병호(262점)를 제쳤다. 쟁쟁한 후보들을 꺾고 영광의 무대에 올랐는데 김재환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MVP의 눈물

2011년 10월 금지약물을 복용해 징계를 받은 김재환은 7년이 지난 지금도 과거에 갇혀 고통받고 있다. 그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일부에선 과거 일을 들췄다. 지울 수 없는 낙인처럼. MVP 수상대에 선 김재환은 이를 두고 "짊어지고 가야 할 무거운 책임"이라고 했다. 시상식이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김재환은 "워낙 (약물에 대한)이야기가 많으니까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과 약속을 한다는 의미에서 (수상대에서)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지금도 후회를 하고 있고, 하루도 안 빠지고 후회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최근 3년 동안 바깥 생활도 절제왔다. 야구는 잘 됐지만 늘 안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인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감수를 해야할 부분이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실망을 드리고 싶지 않다"며 마음 고생을 털어놨다.

고맙고 미안한 가족

본인이 밝힌대로 김재환은 시즌 중에 야구장과 집을 오가는 생활을 한다.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인터넷까지 피할 수는 없다. 김재환은 "가족들도 인터넷을 당연히 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마음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며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MVP 수상자로 호명된 후 울컥하는 모습을 보인 그는 "저보다는 저를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 때문에 감정이 북받쳤다"고 했다.

김재환은 지독한 연습벌레다. 정규 시즌에는 유일한 휴식일은 월요일에도 야구장에 나와 스윙을 하고 돌아간다. 김재환은 세딸의 아빠다. 지난 2014년 결혼해 첫딸이 태어났고, 이후 쌍둥이딸을 얻었다. 어깨가 무거운 가장이다. 그래서 더욱 야구에 매달렸다.


그는 "2016년 시즌부터 (하루도 안 쉬고 연습을)해왔다. 원래 야구를 그만두려고 했다. 아이들을 먹여 살려야 하니까. 그래서 1년만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고 야구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쉬지 않고 운동을 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다. 지금까지도 그게 나만의 루틴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2018 KBO 시상식이 19일 오후 서울 르메르디앙 호텔에서 열렸다. 시상식에서 KBO리그 MVP를 받은 두산 김재환이 부상으로 받은 승용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11.19/
깜짝 기부? 생각해왔던 선행

김재환은 MVP 부상으로 기아자동차 K7을 받았다. 3300만원 상당의 승용차다. 수상 직후 그는 '차를 어떻게 쓸 계획이냐'는 질문에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좋은 의미로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갑자기 결정한 게 아니었다. 그는 "만약에 상을 받게 되면 자동차를 기부하고 싶다"고 이미 주위에 밝힌 바 있다. 김재환은 이 자동차를 기부할 예정이다.

"야구장 안팎에서 늘 좋은 모습, 성실한 태도만 보이겠다"는 자기 자신과의 약속 때문이다. 김재환은 "그동안 주위에 고마운 분들이 정말 많았다. 받은 것을 베풀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고 기부 이유를 밝혔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2018 KBO 시상식이 19일 오후 서울 르메르디앙 호텔에서 열렸다. 시상식에서 KBO리그 MVP를 받은 두산 김재환이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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