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스토리] 김강민의 고백 "PO 끝나고 탈진, 어떻게 버텼을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11-13 15:10


2018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SK와 두산의 경기가 1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우승을 차지한 후 SK 김강민이 샴페인을 뿌리며 기뻐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yungmin@sportschosun.com /2018.11.12/

"사실 플레이오프 5차전 끝나고, 완전히 방전됐어요. 어떻게 하면 안걸릴까 고민을 했죠."

SK 와이번스의 우승으로 2018 KBO리그가 마무리됐다. 정규시즌 2위로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 명승부를 펼친 끝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 열세라는 전망을 뒤엎고 정규시즌 우승팀 두산 베어스를 시리즈 전적 4-2로 물리쳤다.

SK의 가을야구를 이끈 선수는 누가 뭐래도 베테랑 김강민(36)이다. 정규시즌 노수광에 밀려 2군 생활을 오래하고, 주전으로도 뛰지 못한 설움을 포스트시즌에서 완벽하게 풀어냈다. 플레이오프 5경기 타율 4할2푼9리 3홈런 6타점을 기록하며 시리즈 MVP를 수상한 김강민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마지막 6차전에서 조금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팀의 리드오프로 6개의 안타와 4개의 볼넷을 기록하며 밥상을 차렸다. 결정적인 순간 적시타도 때려냈다. 6차전 전까지 유력한 MVP 후보로 꼽혔다.

김강민은 6차전 종료 후 축하 세리머니가 끝나기 전 더그아웃에 들어와 계단에 털썩 주저 앉았다. 김강민은 "사실 서 있을 힘조차 없다. 내가 그동안 어떻게 버텼나 모르겠다. 경기 끝나고 긴장이 풀리니 다리가 풀려버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즈 내내 지친 기색이 없었던 김강민이었다. SK의 체력 문제가 거론될 때, 당연히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선수였는데 그 선수가 팔팔하게 뛰어다니니 상대 입장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선배가 그렇게 뛰는데, 후배들도 힘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김강민은 "사실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이 끝난 후 내 체력은 모두 소진됐다. 방전 수준이었다"고 말하며 "힘은 없었지만 타격감은 좋았다. 플레이오프에서는 홈런도 치고 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무조건 살아나가야 겠다는 생각만 했다. 어떻게 하면 상대에 내가 힘든 걸 눈치채지 못하게 할까 고민했다"고 밝혔다.

김강민은 넥센과의 힘겨웠던 승부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플레이오프를 3-0으로 이기고 올라왔다면, 내가 후배들에게 '한 번 해보자'라고 얘기했을 것이다. 그러면 선수들이 긴장하고, 힘도 들어가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종료 후 선수들에게 '우리는 할만큼 했다. 한국시리즈는 즐기자'고 얘기를 했다. 내려놓으니 더 좋은 플레이가 나온 것이다. 반면, 상대 두산 선수들은 꼭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했던 것 같다"고 했다. 김강민은 "경기 내적으로도, 우리 투수들은 기대 이상의 투구를 해줬다. 반면, 두산 투수들의 공이 생각했던 것보다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력만큼 인상적이었던 건 더그아웃 리더로서의 역할. 김강민과 박정권이 경기 내내 더그아웃 입구에서 후배들을 독려하고, 맞이하고, 소리쳤다. 보통 고참 선수들이 삼진을 먹고 들어오면 조용히 벤치에 앉는데, 김강민은 삼진을 당하고 들어와서도 후배들과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당당하게 행동했다. 김강민은 "27개의 아웃은 어떻게든 채워진다. 누가 당해도 똑같은 아웃이다. 그런 걸로 기죽지 말자고 선수들과 얘기했다. 나 스스로부터 분위기를 잡아나가고 싶었다. 특히, 정권이형이 정말 고생했다. 나는 계속 수비에 나가서 못채워주는 부분을, 지명타자인 정권이형이 더그아웃에서 계속 챙겨줬다"고 말했다.

김강민은 마지막으로 "왕조시절 우승도 기뻤지만, 이번 우승이 더욱 감회가 새롭다. 그 때는 후배로 선배들만 따라가는 입장이었다면, 이번에는 뭔가 다 같이 하나가 돼 만들어냈다는 성취감에 뿌듯하다"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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